[사설]성형외과 피부과 人氣 뒤에 비상 걸린 필수진료

  • 입력 2007년 11월 29일 2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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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수련병원들의 2008년도 전공의(레지던트) 모집에서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에는 지원자가 몰린 반면 일반외과와 산부인과는 전공의를 채우지 못해 비상이 걸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이달 부검 업무를 맡을 신규 법의관(法醫官) 6명을 뽑는다고 채용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재공고를 했지만 소용없었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작년에 실시한 금년도 전공의 모집에서도 신경과 피부과 성형외과 재활의학과 내과 같은 인기과(人氣科) 지원자는 정원을 초과했다. 하지만 외과 산부인과는 미달이었다. 몇 년째 같은 양상이다. 장시간 힘든 수술을 하거나 출산을 돕기보다는 시술이 상대적으로 간단한 성형수술을 하는 편이 돈벌이가 훨씬 잘되는 현실에서 의사들만 탓하기도 어렵다. 산부인과에서 아기를 받기보다 동물병원에서 강아지를 받는 게 많이 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외과는 맹장염부터 암, 장기이식까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수술을 담당한다. 그런데 배출된 외과의사는 1997년 276명에서 10년 후인 2007년 179명으로 격감했다. 외과의사 부족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본다. 지금 같은 추세로 필수 임상 분야의 의사가 모자라면 진료대기 순번을 기다리다 못해 외국으로 수술하러 나가는 환자가 급증한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

불합리한 의료수가 체계의 정비와 함께 비인기 전공과목에 대한 과감한 인센티브 도입이 필요하다. 산부인과 의사 부족은 출산율 제고에도 걸림돌이다. 정부는 5년째 흉부외과 등 9개 비인기 전공과목을 지원하는 전공의에게 월 50만 원의 수련수당을 지급하고 있고, 내년부터 산부인과를 추가하지만 이 정도로 전공별 의사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좀 더 획기적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의료사고가 합리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법률을 제정·개정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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