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장훈과 최경주의 ‘나눔’

  • 입력 2007년 11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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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간 30억 원을 기부한 가수 김장훈(40) 씨가 아산사회복지재단사회봉사상 상금 5000만 원을 또 기부했다. 연말까지 저축액 2억5000만 원을 더 기부할 계획이라고 한다. 얼마 전 월세 아파트에 사는 그의 ‘무소유의 삶’이 TV를 통해 소개됐다.

프로골퍼 ‘탱크’ 최경주(37) 씨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오프 페덱스컵 대회에서 우승하면 상금 1000만 달러(약 94억 원) 전액을 기부해 자선재단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꾸준한 기부는 창공을 가르는 멋진 샷처럼 감동을 준다.

슈퍼볼 영웅 하인스 워드는 아름다운 재단에 5만 달러를 기부해 혼혈 아동을 돕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닐 파팔라도 미국 메디텍 회장은 한국의 과학영재교육을 응원하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250만 달러를 기부했다.

내 돈이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방송인 김제동(34) 씨는 “큰돈을 기부할 때는 아까운 생각이 날까 봐 술 먹고 약속한다”고 인간적인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다른 기부자도 소유와 나눔 사이에서 내면의 갈등을 겪을 것이다.

세계의 슈퍼파워 미국은 기부에서도 최강국이다. 지난해 미국인 자선 기부금은 2950억 달러(약 273조 원)였고, 이 중 4분의 3이 개인의 소액 기부였다. 워런 버핏, 빌 게이츠 같은 큰손의 기부는 나눔의 정신을 확산하는 기폭제도 된다.

우리 사회에서도 평생 땀 흘려 모은 재산을 선뜻 세상에 돌려주고 가는 미담의 주인공들이 끊이지 않는다. 이달에는 80대 퇴역 여군이 전 재산인 아파트를 모교 대학에 내놓고 세상을 떠났다. 평생 폐지와 고물을 수집해 모은 돈 254만4000원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고 눈감은 할아버지도 있다. 환갑 돌 결혼식을 간소하게 치르고 아낀 돈을 내놓는 가족 기부도 늘고 있다.

타인의 선행을 보기만 해도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테레사 효과’라는 현상이 있다. 성공한 사람들의 기부는 성공의 기반이 됐던 사회에 보상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성공의 기제가 더 잘 작동하도록 하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나눔’은 소비재가 아니라 생산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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