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이언 브레머]차베스 최대의 적은 ‘차베스’

  • 입력 2007년 11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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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는 원유 매장량이 2700억 배럴로 세계적인 산유국이다. 원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상황에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석유를 무기로 사용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차베스 정권이 현금을 낳는 암소를 어떻게 쥐어짜는지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베스 대통령이 걱정거리의 원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차베스 정부의 자금 사정은 앞으로 베네수엘라가 얼마나 석유를 많이 생산해 내는가에 달려 있다. 정부 자금이 전적으로 국영 에너지 거대 기업인 페트롤레오스 데 베네수엘라(PDVSA)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PDVSA는 외국기업과 합작개발프로젝트를 통해 하루 생산량을 650만 배럴로 끌어올리려는 계획을 세웠다. 1998년 PDVSA의 하루 생산량은 290만 배럴이었다. 그러나 생산량은 계속 줄어들어 현재 하루 160만 배럴에 그치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2003년 차베스 대통령과의 권력 투쟁 과정에서 PDVSA 노동자들이 파업을 강행했다. 복수에 나선 차베스 대통령은 1만8000명을 해고했다. 해고자의 대부분이 숙련된 엔지니어였다.

둘째, 차베스 대통령은 낡은 인프라스트럭처를 개선하고 새로운 설비를 위해 투자될 회사 자금을 다른 곳에 쓰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120억 달러를 건강과 교육 프로젝트 자금으로 돌렸다. 가치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부문 예산이 베네수엘라 미래 수입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유전 개발과 PDVSA 유지 보수비용의 3배가 넘는다.

외국 기업과 맺었던 계약을 쉽게 무효화하는 차베스 대통령의 습관 때문에 베네수엘라에 대한 외국 투자는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베네수엘라는 각종 상품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국가 경제에 필수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충족시키기 위해 미국을 포함한 이웃 국가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차베스 대통령은 고유가가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을 앞세워 자국 석유의 최대 고객인 미국에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여기서 차베스 대통령의 근시안적인 면을 찾을 수 있다. 경제 상황이 나빠지고 현금이 더 많이 필요해질 때 차베스 대통령은 외국의 국영 에너지 기업들을 다루는 것이 예전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차베스 대통령의 최대의 적은 바로 자신이다. 차베스 대통령은 각료들이 애써서 최소화하려는 위험 요소들을 오히려 키워 왔다. 5월 1일 그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을 ‘악의 제국’의 부속기관이라고 비난하며 탈퇴를 공언했다. 그는 IMF와 관계를 끊으면 당장 210억 달러의 국가 채무를 갚아야 한다는 것을 몰랐다. 이런 사실을 재무장관에게서 보고받은 차베스 대통령은 한발 물러섰다.

차베스 대통령은 또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베네수엘라의 최대 텔레콤 기업과 발전소들을 국영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발표일 당일에만 베네수엘라 증시가 20% 급락했다. 베네수엘라 국민이 차베스 대통령의 좌충우돌을 얼마나 우려하는지 보여 주는 예다.

유가가 떨어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시장 분석가들은 배럴당 60달러가 되면 베네수엘라 정부에 재정 문제가 발생하고 환란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일은 앞으로 2년 이내에 발생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는 풍부한 원유와 인기 있는 대통령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유가가 하락하고 PDVSA의 생산 능력에 차질이 생겨 석유에서 얻은 이익이 증발되면 차베스 정부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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