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녕]국산 신무기 개발과 北核

  • 입력 2007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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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이고, 전쟁의 성패는 무기가 갈랐다. 무기가 인류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로마가 그리스를 꺾은 것은 양쪽에 날이 있는 단검과 방패 덕이었다. 화포는 수성(守城) 위주의 봉건시대 전술을 무력화(無力化)했고, 잉카문명과 마야문명은 강철검과 화승총을 앞세운 스페인군 앞에서 쉽게 무너졌다. 제2차 세계대전 초기 독일은 전차의 위력을 빌려 오스트리아 폴란드 소련을 단기간에 유린할 수 있었다. 핵폭탄은 기고만장하던 일본 제국주의를 무너뜨렸다.

▷우리 국방과학연구소가 세계 최초로 주야간 사용이 가능한 특수소총을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고 한다. 6·25전쟁 당시 소총 하나, 탄약 하나 만들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꿈같은 발전이다. 이 특수소총은 레이저 빔으로 거리를 측정하고 발사된 탄환이 적진 병사들의 머리 위에서 터지도록 고안된 것이다. 건물 내부로 뚫고 들어가 폭발할 수도, 건물 옆면에 숨은 적을 공격할 수도 있어 적이 엄폐물에 숨어도 소용이 없다.

▷얼마 전에는 최고 시속 70km에 깊이 4m의 물속에서도 이동이 가능하고 대전차 미사일 요격 기능까지 갖춘 세계 최강의 국산 XK-2 전차가 개발됐다.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과 세계 최고의 1800t급 디젤 잠수함도 건조됐다. 국내 기술로 개발한 훈련기 KT-1과 세계 최고 성능의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은 수출 효자 품목으로 각광받고 있다. 1975년 47만 달러로 시작한 각종 국산 무기 수출이 올해 10억 달러 수출 계약을 바라본다. 한국이 ‘방위산업의 글로벌 파워’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성능 좋은 첨단 신무기를 개발해도 핵무기 앞에서는 재래식 무기가 돼 버린다. 북한은 자신들의 핵을 ‘방어용’ 또는 ‘외세 억제용’이라고 주장하지만 가당치 않다. 한국국방연구원은 유사시 북이 핵을 우리 야전군이나 주요 군사시설에 대해 제한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북핵이 확실하게 폐기돼야 신무기 개발도 자주국방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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