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계의 규제 개혁 요구에 메아리 없는 정부

  • 입력 2007년 11월 14일 2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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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가 제조업체들이 피부로 느끼는 불합리한 행정규제 100건을 완화해 달라고 어제 정부 규제개혁위원회에 건의했다. 공장 입지 및 토지 관련 12건, 금융 및 세제 관련 23건, 주택 및 건설 관련 25건, 노동 및 안전 관련 20건, 환경 관련 7건, 기타 13건이다. 사실상 차기 정부를 향한 하소연이다.

재계는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11차례에 걸쳐 규제 완화를 요청했지만 ‘쇠귀에 경 읽기’나 다름없었다. 개혁해 달라고 건의한 723건 가운데 63%에 해당하는 453건은 전혀 수용되지 않았다. 재계는 올해 하반기에도 시장경제를 활성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잇달아 제시했지만 정부는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은 정부의 요청에 따라 지난달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정부 규제 1664건에 대한 개혁을 건의했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석 달 동안 행정규제 5025건을 평가해 그중 516건은 폐지하고 1148건은 개선해야 한다고 정리한 내용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그저 ‘검토 중’일 뿐이다. 만약 기업들이 이런 속도로 일을 하면 다 망할 것이 틀림없다.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세계 1위의 기업환경을 가진 싱가포르를 따라잡는다는 목표로 규제 개혁안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런 목표의식을 갖고 우리의 행정규제를 살펴보니 규제 수(數)도 많고 규제 품질도 나쁘며 시민생활과 기업경영에 제약을 가하는 사이비 규제도 많더라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번 건의대로 질 나쁜 규제가 사라지면 한국의 기업환경은 세계 30위에서 15위로 크게 좋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말뿐인 규제개혁으로 5년 가까이 허송한 현 정부가 싱가포르 수준의 규제개혁을 수용할 것 같지는 않다. 중복 규제, 불합리한 규제도 이런저런 이유를 대 존속시키고 있다. 이 정부에서 배웠는지 대선 후보들도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막연한 소리만 한다. 후보들은 어물쩍 넘기려 하지 말고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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