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임진혁]지식기반사회에 뒤처진 대학교육

  • 입력 2007년 11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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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짧은 시간에 기적적인 경제발전을 이뤄 세계 10위에 육박하는 경제 강국으로 성장한 이유 중 하나는 잘 교육받은 인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요즘 한국의 대학교육이 문제가 되는가? 왜 경제적 위상에 걸맞지 않게 세계 100위권에 드는 대학은 없는가? 왜 아직도 수많은 유학생이 해외로 나가야 하는가?

대학의 주된 기능은 연구와 교육이다. 연구란 새로운 지적 자산을 창조해 내는 행위인데 그동안에는 선진국 특히 미국의 대학에 유학해 선진 연구를 받아들이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선진형으로 바뀌면서 모방 수준을 벗어나 자체의 지적 자산을 창출해야 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대학의 연구능력을 향상시키려면 경쟁의 개념을 도입해 연구에 소홀한 교수를 퇴출시키고 연구를 위한 여건을 향상시켜야 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서남표 총장이 개교 후 처음으로 9월 교수 테뉴어(tenure·정년 보장) 심사에서 43%를 탈락시키면서 대학 개혁의 물꼬를 튼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활발한 연구가 학생의 교육에 바로 연결되는 것은 주로 대학원이다. 학부에서 연구를 강조하면 교육이 소홀해질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은 소수의 연구중심 대학과 다수의 교육중심 대학으로 나뉘어 있다.

대학 교육을 향상시키는 방안으로는 국제화의 추세에 발맞춰 전공분야 영어 강의를 늘리고 외국인 교수 임용을 확대하는 내용이 거론된다. 영어 강의 확대가 교육의 질 향상으로 자동 연결되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국인 교수가 맡을 경우 영어 자체를 알아듣기 힘들다는 우려가 있다. 외국인 교수가 할 경우에는 ‘듣는 것은 대충 할 수 있다 치고, 질문과 토론을 할 능력이 있을까’라는 언어와 관련된 의문 외에도 ‘한국적 사례의 거론이나 한국적 현실에 대한 적용 등이 잘 다뤄질 수 있겠는가’ 하는 학문적 질문에 대한 답도 확실하지 않다. 미국에서 테뉴어를 받은 한국계 미국인 교수를 초빙해 영어 강의를 기본으로 하되 학생이 질문할 때는 한국말을 혼용하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교수의 연구능력 향상, 영어 강의 확충, 예산 증액이 대학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점은 산업화 시대에 개발된 교육 프로세스가 지식기반사회에 걸맞게 변해야 한다는 점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 공급자가 수요예측에 따라 제품을 일괄 생산한 후에 수요자에게 공급한다. 하지만 지식기반사회에는 수시로 변화하는 수요자의 요구에 따라 맞춤 생산을 해야 한다.

국내총생산(GDP)의 2.9%에 이르는 막대한 사교육비는 교육의 공급과 수요자의 요구가 얼마나 어긋나는가를 보여 주는 좋은 예다. 경제구조는 산업사회에서 지식기반사회로 이행하는데 교육시스템도 이에 맞춰 적절하게 변화하지 않는다면 간격은 갈수록 확대된다. 미국의 대학처럼 커리큘럼위원회를 설치해 학문분야별로 사회적 요구와의 갭을 정기적으로 점검해 수정, 보완해야 한다.

대학 교육에서 정보기술(IT)의 이용은 교수의 강의를 녹화해 인터넷을 통해 보여 주는 자동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세계의 선두를 달리는 한국 IT의 인프라스트럭처를 최대로 이용해 대학 교육의 프로세스 자체를 바꾸는 교육의 리엔지니어링이 필요하다. 그래야 ‘샌드위치론’으로 나타난 한국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교육을 통해 타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임진혁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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