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사승]시청자 저버린 지상파 중간광고

  • 입력 2007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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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덕이 청룡의 신물에 손을 대는 결정적인 순간, 차승원이 몸을 휘청거리며 춤을 추는 광고가 나온다. 광고가 싫어도 채널을 돌릴 수 없다. 중간광고의 위력이다. 1974년 폐지된 이래 기회 있을 때마다 방송사가 목매달고 부활을 요구한 이유다. 케이블이 시장을 넓히고 온라인이 치고 올라오고 디지털 전환이 눈앞인 절박한 지경에 이보다 확실한 해결책은 없을 것이다. 투표 결과가 5 대 4로 고민의 흔적이 있지만 중간광고 확대를 결정한 방송위원회가 주목한 상황요소는 여기까지다. 방송위원회의 한계다.

‘광고하는 공영’에 잔칫상

자본주의 사회의 모든 미디어는 광고에 의존한다. 디지털 테크놀로지로 미디어 플랫폼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경기불황을 들지 않아도 광고파이는 그렇게 커지지 않는다. 죽기 살기의 쟁탈전은 불가피하다. 중간광고 확대는 승패를 지상파방송 한쪽으로 몰아간다는 편파판정의 혐의를 벗기 어렵다. 한 증권회사는 중간광고 확대 시 내년도 SBS 매출액 18.6%, 영업이익 61.3% 증가 효과를 기대한다면서 ‘매수A’ 투자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풍선효과에 따라 다른 미디어의 매출과 이익은 그만큼 바람이 빠질 것이 자명하다. 이미 ‘사라지고 있다’는 진단을 받은 신문 산업이 볼 피해는 두말할 필요 없다. 매체 간 균형발전은 안중에 없다는 지적을 받아 마땅하다. 첫 번째 한계다.

다공영 1민영의 공영 중심에, ‘광고하는 공영’이라는 이상한 행태가 현 방송의 구조적 실상이다. 1999년 김대중 정부 초기 방송개혁위원회가 ‘광고하는 공영’을 수정하려 했지만 공영방송은 전방위 로비와 매출액의 일정 부분 사회 환원이라는 조건을 제시하면서 이 구조를 지켜 냈다. 중간광고는 결국 이들을 위한 잔치가 된다. 특히 KBS는 수신료 인상에 광고 확대라는 몰염치한 짓을 하게 된다. 최근 BBC는 전체 직원의 12%인 2800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2005년에도 3780명을 줄였다. 예산도 향후 5년 동안 매년 6% 줄이겠다고 했다.

국내 공영방송은 자기들도 할 만큼 했다고 소리치지만 남들을 보라. 이 구조는 지상파 채널 5개가 방송의 전부였던 아날로그시대의 산물이다. 다채널의 디지털은 공영방송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고 지상파 중심의 방송구조를 재편한다. 디지털 미디어가 시장에 제대로 진입하지 못한 상황에 지상파만을 위한 시장구조를 미리 확정한다면 이들의 자리는 사라진다. 앞을 보지 못하는 근시안이 방송위의 두 번째 한계다.

대선 앞둔 시점에 의구심

더 근본적인 문제는 광고의 볼모인 시청자에 대한 무시다. 광고는 시청의 즐거움에 찬물을 끼얹는다. 감내할 정도를 넘어서는 광고는 시청자를 우습게보기에 가능하다. 중간광고는 분명 그 선을 벗어난다. 돈의 논리가 모든 것에 앞서는 서구 자본주의사회에서도 공영방송에 대해서는 중간광고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뿐 아니다. 값비싼 중간광고를 유치하게 되면이를 유지하기 위해 시청자를 더 꼼짝 못하게 붙들어 두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프로그램의 선정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처지임에도 시청자복지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는 것이 세 번째 한계다.

최근 방송위원회를 둘러싼 몇 가지 일은 괜한 의구심을 자아낸다. 10월 초, 공수표라는 지적을 받은 ‘10대 약속’을 받아들여 KBS의 수신료 인상 요구에 손을 들어줬다. 중간광고 확대 방침은 이 일이 있은 지 불과 한 달 만에 나왔다. 정권 말기에다 세상이 어수선한 대선 기간. 밀어내듯이 후다닥 일을 처리하려는 정권의 행태가 문제되는 때이고 대선 후보들이 방송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때이기도 하다. 기회는 지금이라고 마음먹은 것은 아닌가.

김사승 숭실대 교수·언론홍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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