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최병렬 수첩’

  • 입력 2007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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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를 겨우 한 달 보름 앞두고 ‘최병렬 수첩’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이 대기업들에서 받은 선거자금 847억 원 가운데 쓰고 남은 154억 원의 용처를 당 대표였던 최병렬 씨가 이 수첩에 적어 놓았다는 것이다. 최 전 대표는 수첩의 존재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안 하고 있다. 그러나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도 1일 “(최 전 대표가) 남은 돈의 행방을 여기에 깨알같이 써 놓은 것을 직접 본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희태 의원도 이튿날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대표 시절(2003년 전반기) 잔금에 관한 의혹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최 전 대표가 5월에 한 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검정 수첩 하나를 들고 나왔는데 그 수첩이 문제의 수첩일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한다. 물론 수첩의 존재 자체를 못 믿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최 전 대표는 평소 수첩을 사용하는 습관이 없었다는 것이다.

▷최 전 대표는 수첩 얘기만 나오면 ‘노코멘트’로 버티고 있다. 그러나 그 자신도 이회창 전 총재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가 한창이던 2004년 2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 전 총재가) 대선자금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감옥에 가겠다고 말했는데 지금이 그 시기”라고 단호하게 말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이 전 총재의 측근인 서정우 변호사를 통해 154억 원이 어디론가 흘러간 비밀을 그가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했다.

▷‘수첩 파문’이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나 그냥 지나치기는 어렵다. 2004년 수사 당시 검찰은 “한나라당이 138억 원은 기업에 돌려주고 16억 원만 당에 남긴 것”으로 결론지었다. 그와는 달리 154억 원 전액을 당에 남겨 다른 곳에 썼다면 검찰의 재수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최병렬 수첩’이 시한폭탄과도 같은 이명박-이회창 갈등의 뇌관인 셈이다. 수사 시기에 따라선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 및 당선 축하금 문제와도 다시 얽혀 정국을 뒤흔들 수도 있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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