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한영]세계경제 10년 주기 적색경보

  • 입력 2007년 10월 22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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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주기로 세계 경제가 혹독한 시련을 거치는 경향이 있나 보다. 1987년 10월 블랙 먼데이로 불리는 미국의 증시 대폭락이 있었고, 정확히 10년 후인 1997년 10월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의 금융위기가 시작됐다. 공교롭게도 그로부터 10년 만에 다시 세계 경제에 적색 경고등이 들어왔다. 제3차 오일쇼크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연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을 의심하던 시장은 지난주 90달러를 넘기면서 두려움에 떨고 있다.

원유-원자재 값 급등 심상찮아

이뿐 아니다. 금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동반 급등하면서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물가가 이미 술렁이고, 개발도상국도 좌불안석이다. 전 세계 저가 상품의 기지창인 중국의 상황을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10년 만에 최고 수준인 물가상승률과 상승세로 반전한 대미 수출품 가격은 이제 중국에 전 세계 물가의 안전판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이번 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단기적으로 가중된 달러 약세의 기대감이 비(非)달러 자산인 원유와 원자재에 대한 투기 수요를 자극해 촉발되었다는 것이 지배적 견해이다. 그러므로 투기 수요가 사라지면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다시 제자리를 찾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전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신뢰도가 회복되지 않는 이상, 그런 투기 수요는 언제라도 재현돼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 경제를 요동치게 할 수 있다. 달러 약세의 근본 원인인 재정 및 경상수지 적자 문제가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기인 2009년까지 방치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수년간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무역·재정 적자 문제가 세계 경제에 심각한 위협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누차 경고해 왔다. 지난주 발표된 IMF의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는 경고의 수위를 높였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를 더 용인하기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신용경색이 자칫 전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하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중국에 대해서도 IMF는 외환시장 개입을 통한 위안화 가치의 인위적 억제가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IMF 발표에 이어 지난주 말 개최된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모임의 결론이 “달러 약세의 용인, 위안화 평가절상 요구”라는 것이다.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딜레마, 즉 국제 유동성 공급 역할과 신뢰도 유지 문제 가운데 미국이 전자에 전념해 줄 것을 지지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중국에는 달러화의 신뢰도 유지를 위해 일정 부분 기여하라고 요청한 것이다. 과연 중국이 궁극적으로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예상할 수 없지만, 일차 반응은 냉랭하다. 중국이 국제사회 요청에 부응한다면,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 및 인플레이션 우려에서 벗어나 안정세로 돌아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中위안화 절상 여부가 관건

최악의 상황은 양국이 대립각을 세우면서 국제 공조의 시기를 놓치는 것이다. 이 경우 본격적인 시장의 보복이 시작될 수 있다. 충격의 진원지가 세계 경제의 중심이라는 점에서, 글로벌화 진전으로 충격의 전염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유동성 풍요 속에서 경제 주체들의 도덕적 해이가 커져 왔다는 점에서, 시장은 도처에서 내성을 키워 온 질병인 ‘버블’을 길고도 철저하게 고치려 들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4위의 석유 수입국이고, 미국과 중국이 최대 수출시장이다. 국내 모든 경제 주체가 경각심을 높여야 할 시점이 바로 지금임을 말한다.

이한영 중앙대 교수·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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