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은 세금 씀씀이 1엔까지 따지는데…

  • 입력 2007년 10월 14일 21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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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20개 지방의회는 세금 1엔(약 7.8원)까지 어디에 썼는지 신고하도록 지방의원들에게 요구했다. 지방의원들이 ‘정무(政務)조사비’를 허투루 쓰지 못하도록 이처럼 까다롭게 따지기로 한 것이다.

세금을 납세자의 피에 비유해 ‘혈세’라 부른다. 혈세를 긴요한 곳에 알뜰히 쓰는 것은 공직자의 당연한 의무다.

통일부는 내년 남북협력기금에 4100억 원의 ‘여유자금’을 요청했다. 올해보다 3배로 늘어난 ‘묻지 마 예산’ 신청이다. 김창호 국정홍보처 처장은 작년에 1억3700만 원의 특수활동비를 현금으로 썼다. 용처를 밝히지 않은 세금 지출이다. 노무현 정부 각 부처의 특수활동비 총액은 연평균 7328억 원으로 김대중 정부(4866억 원) 때보다 51%나 늘어났다.

모든 소비에 세금이 붙어 있으니 소득세 법인세 등을 직접 내지 않는 국민도 대부분 납세자다. 납세자는 내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투명하게 알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이 정부는 ‘뭘 다 알려고 그래’ 하는 식으로 특수활동비를 늘려 온 셈이다.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은 연인과 관련이 있는 곳에 지원 예산을 쉽게 배정했고 특별교부금을 쌈짓돈처럼 주물렀다. 경남 김해시는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을 관광지로 꾸미겠다며 예산을 책정했고, 그런 김해시에 정부의 특별교부금이 가장 많이 흘러갔다.

주식을 6억 원어치나 보유한 사람이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국고 지원을 받았고, 멀쩡히 창업을 한 사람이 실업급여를 타 갔다. 세금을 빼먹는 당사자들의 도덕적 해이도 나쁘지만 온갖 부문에서 혈세 관리 시스템이 고장 나고 구멍 난 것은 더 큰 문제다.

정부는 국무회의만 열었다 하면 공무원 수를 늘렸고 균형발전 같은 ‘효과보다 부작용이 많은’ 이념성 정책에 100조 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었다. 세계는 감세(減稅) 경쟁 중인데 우리 정부는 ‘세금 퍼먹기 잔치’를 벌인다. 국민이 알지도 못하는 해괴한 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 ‘정권 코드’의 사람들에게 ‘세금 쓰는 맛’을 보게 해 온 사례도 철저히 찾아내야 할 부패다. 불법적 친북반미 운동을 하는 친(親)정권 단체들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국가범죄나 다름없다.

국민은 1년 중 평균 3개월을 오직 세금 내기 위해 일해야 한다. 이런 국민이 낸 세금을 오남용하는 정부는 국민을 위한 정부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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