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경제현장 속으로]<3>KDI경제정보센터

  • 입력 2007년 10월 10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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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경제 모르면 좋은 정책도 쓸모 없대요”

《“왜 콜라 캔은 둥글고 우유 팩은 네모날까요?

우유를 상하지 않게 보관하는 냉장고는 비싸서 내부 공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는 반면 상할 염려가 없는 콜라는 적당히 보관해도 되기 때문이죠.”

전홍택(53)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소장이 1일 센터를 찾은 서울 휘경중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전 소장은 “경제정보와 상식은 사회의 각종 의사결정 과정에 꼭 필요하다”며 “경제정보센터는 경제정보를 수집해 분석하고 교육을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 국민의 경제 이해 높이기 위해 설립

이날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KDI 경제정보센터를 찾은 오성란(42·여) 교사와 2, 3학년 학생 4명을 현관에서 맞은 것은 ‘번영을 향한 경제설계’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였다.

학생들은 신기해하며 그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전 소장은 “외국의 도움으로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세운 박 전 대통령이 2차 계획을 한국인의 손으로 만들기 위해 외국에서 차관을 얻어 1971년 KDI를 세웠다”고 소개했다.

일행은 고서적 희귀본을 비롯해 경제서적 30여만 권이 보관된 도서관과 KDI 역사관을 둘러봤다.

김송희(15) 양이 “KDI가 왜 센터를 세우면서까지 경제교육에 신경을 쓰는지 궁금하다”고 하자 전 소장은 “전문가들이 좋은 제안을 하더라도 일반 국민이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받아들여질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기자

○ 올바른 경제교육이 바른 정책 만들어

전 소장이 ‘기업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묻자 학생들은 잠시 머뭇거렸다.

그는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윤 창출’이라고 답하는 반면 일반 국민 중 절반 이상은 ‘사회 공헌’이나 ‘고용 창출’을 꼽는다”며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갈등이 증폭되고 왜곡된 정책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 소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협정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동일한 사안을 놓고 한국과 미국의 노동조합이 둘 다 반대했던 것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이 때문에 경제정보센터는 여러 수단을 통해 일반인과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경제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경제정보를 요약한 보고서와 외신보도 번역문을 홈페이지(epic.kdi.re.kr)에 올려두고, 청소년 교육을 위해 클릭 경제교육(click.kdi.re.kr) 홈페이지를 운영한다. 매년 ‘전국 고교생 경제경시대회’도 연다.

서솔(15) 양이 “그렇게 중요한 일을 하는데 예산은 어떻게 충당하는지 궁금하다”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자 전 소장은 “KDI 예산의 70%는 정부에서 받고 나머지 30%는 연구용역비를 받아 운영한다”고 소개했다.

○ 4명 중 1명은 박사, 국가경제 이끌어

정태상(14) 군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KDI에 들어오고 싶은데 어떤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지 알려 달라”고 말했다.

전 소장은 “직원 4명 중 1명은 박사 학위를 갖고 있고 석사 출신도 많다”며 “국가경제를 이끌어 가려면 전문지식과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른 학생들에게는 “경제학자가 되지 않더라도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대학에 가면 경제학 수업을 꼭 들어 보라”고 당부했다.

학생회장 박준선(15) 군은 견학을 마친 뒤 “경제라는 것이 돈을 다루는 학문인 줄만 알았는데 국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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