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회 “하자”“말자”… 결국 ‘3분의 1쪽’ 행사로

  • 입력 2007년 10월 9일 03시 04분


단상도 단하도 썰렁대통합민주신당 지도부는 8일 오전 ‘대선 경선 정상화’를 선언하고 이날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컨벤션센터에서 대구·경북 합동연설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이날 연설회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불참으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만 참석한 반쪽 연설회로 치러졌다. 대구=신원건 기자
단상도 단하도 썰렁
대통합민주신당 지도부는 8일 오전 ‘대선 경선 정상화’를 선언하고 이날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컨벤션센터에서 대구·경북 합동연설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이날 연설회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불참으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만 참석한 반쪽 연설회로 치러졌다. 대구=신원건 기자
■ 대구 경북 연설회

대통합민주신당은 8일 대구에서 파행 속에 진행된 대선 경선주자 합동연설회를 둘러싸고 하루 종일 우왕좌왕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경선 연설회에서 전례가 별로 없는 ‘단독 연설회’를 초래한 주자들은 물론 당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당 안팎에서 비등했다.

▽우왕좌왕 당 지도부=이날 오전 9시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사 앞 광장에서 오충일 대표와 양길승 당 국민경선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국민경선 정상화 및 휴대전화 투·개표 개시 선언식’이 열렸다.

그러나 ‘국민경선 정상화 선언식’이 끝날 때까지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돼 있던 대구·경북 합동연설회 개최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였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이날 합동연설회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혼자 참석하는 연설회를 진행할 것인지 말 것인지 당이 결정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 촬영·편집 : 김동주 기자

선언식이 진행되는 동안 합동연설회 진행 관련 당직자들은 서울역에서 ‘비상 대기’하며 당의 결정을 기다렸다. 국민경선위가 회의를 열어 오전 11시경 연설회 강행을 결정할 때까지 중앙당 공보국은 취재기자단의 출발시간을 세 차례나 바꾸는 해프닝을 벌였다.

양 국경위원장은 회의 전 “개인 의견이지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는 이름에 걸맞은 연설회가 되기 어려우니 중단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의는 연설회 강행으로 결론 났다.

당 안팎에서는 ‘지도부가 너무 무능하다’는 성토가 나왔다. 한 당직자는 “연설회를 할 건지 말 건지는 지도부가 결정해야 하는데, 어려운 문제는 국경위에 판단을 떠넘긴다”고 비판했다.


▲ 촬영·편집 : 김동주 기자

하지만 지병문 국경위 집행위원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새로 드러난 명의도용 의혹 등에 대한 수사의뢰 여부를 질문받자 “공명선거분과위원회와 공정경선특별위원회가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며 당내 다른 조직으로 공을 넘겼다.

한편 3일 대통합민주신당이 ‘원샷 경선’을 결정할 때에도 최고위원회의와 국경위 사이에 발표 방식 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경위원은 “우리는 경선 연기를 흔쾌하게 생각지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국경위원은 “최고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도 모른 채 호출을 받고 와서 회의를 했다”고 말했다.

▽정 전 의장 ‘나홀로 연설’=손 전 지사와 이 전 총리의 불참으로 8일 오후 대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는 정 전 의장만이 단상에 올랐다.

이날 연설회는 행사 시작 10분 전까지 1000여 석의 좌석 중 3분의 2가 비어 있는 등 ‘썰렁한’ 분위기였다. 손 전 지사와 이 전 총리 측 지지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며 정 전 의장이 들어오자 그나마 밖에 있던 지지자들이 행사장 안으로 들어와 좌석의 반을 채웠다.

후보자가 불참한 가운데 정당의 당내 경선 일정이 진행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 2002년 민주당 경선 당시와 올해 8월 한나라당 경선 때는 이런 일이 없었으나, 최근 파행을 겪고 있는 민주당 경선에서 조순형 의원과 장상 전 대표가 정견발표회 등 선거 일정에 불참했다.

정 전 의장은 “혼자 하는 연설은 평생 처음”이라며 “두 분이 참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설은 예의가 아니니 ‘인사말’로 대신 하고자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정 전 의장은 “내가 죄가 있다면 1등한 죄다. 이 후보께서 친구란 소리 하지 말라고 했을 때 많이 서운했다. 저보다 경륜이 뛰어난 훌륭한 후보가 무엇이 부족해 정동영에게 1등을 내어 줬는가”라며 이 전 총리를 겨냥했다.


▲ 촬영·편집 : 신원건 기자

정 전 의장의 연설에 앞서 이 전 총리의 홍보 영상물이 나오자 정 전 의장 지지자들 가운데서 “치워라”는 야유가 나왔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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