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親盧 후보 단일화한다고 失政 덮어지나

  • 입력 2007년 9월 16일 2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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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선거 예비경선 후보’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첫 경선 투표 결과가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후보를 사퇴하고 이해찬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유 씨는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나는 후보 단일화나 하기 위해 출마한 실없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을 장난으로 대하는 태도다.

이 후보 캠프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유 전 장관의 예비후보 사퇴와 지지 선언을 끌어내 친노(親盧)그룹의 후보 단일화라는 ‘대업(大業)’을 이뤄 냈다며 축제 분위기인 모양이다. 그러나 친노 후보 셋이 하나로 합쳤다고 노무현 정부의 실정(失政)이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이 후보는 명실공히 노무현 대통령을 계승하는 후보가 됐다.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 씨 모두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4년 전 민주당을 쪼개 열린우리당을 만든 주역들이고, 국정(國政)을 엉망으로 운영한 동업자들이며, 이 때문에 열린우리당을 지탱하지 못하고 위장 폐업했다. 특히 이 씨는 2004년 6월 국무총리로 취임해 이른바 ‘3·1절 골프’로 불명예 퇴진한 2006년 3월까지 명실상부한 ‘국정의 2대 주주(株主)’였다. 5선 국회의원인 그는 김대중(DJ) 정부 시절이던 1998년 3월부터 1999년 5월 사이엔 교육부 장관 직도 수행했다.

이 씨 본인은 이 같은 경력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자질과 결부시키려 한다. 그러나 많은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여야 대선 주자 지지도(선호도) 조사에서 그는 1∼4% 이상 얻지 못했다. ‘이해찬 세대’라는 말을 낳은 DJ 정부 교육행정의 실패, 현 정부에서의 총체적 실정 등에 대한 국민의 냉정한 평가가 반영된 지지도라 할 수 있다. 그는 노 대통령과 함께 국민통합에 역행하며 사회 분열과 편 가르기를 부채질한 책임도 면할 수 없다.

그런 이 씨가 통렬한 자기반성은커녕 ‘민주당→열린우리당→대통합민주신당’으로 옮겨 간 탈당·창당극에 이어 경선후보 단일화극으로 국민의 판단을 흐리려 한다. 이는 정치를 희화화(戱畵化)하는 것이자, 국민을 시험하려는 오만한 행태다. ‘선거기획의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 씨답다고 봐 넘겨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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