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카페]주택업계 줄도산 정부책임 없나

  • 입력 2007년 9월 1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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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모든 책임을 우리가 져야 합니까. 경기 살리겠다면서 부동산 규제를 풀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온갖 규제를 총동원하는 건 뭡니까.”

주택 경기 침체로 중소 건설사들의 연쇄 부도가 현실화하면서 지방에 사업장을 갖고 있는 주택업체들이 벼랑 끝에 내몰려 있습니다. 집이 팔리지 않는 상황에서 자금 경색이 더욱 심해지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건설사들이 쓰러지기 시작하자 신규 대출마저 안 된다는 겁니다.

실제로 작년 10월 이후 세창 세종건설 등 중견업체 7곳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부도를 냈습니다. 특히 본보가 지방 미분양 실태와 중소 건설사들의 줄도산 위기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만난 한 시행사 사장은 “중견 건설사들은 언론에 보도라도 되지만 시행사들의 부도는 취급조차 안 된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같은 상황은 건설사들이 스스로 초래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수요가 부족한 지방에까지 무리하게 중대형 아파트를 짓다가 9만 채에 이르는 미분양으로 이어졌습니다.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 건설의 호황으로 그럭저럭 견디고 있지만 국내 주택 비중이 높은 중소업체는 당장 경영난에 내몰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시간을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 같은 자충수는 민관(民官)의 합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는 외환위기 직후 경기 부양을 위해 분양가 규제와 분양권 전매 제한 등을 해제했습니다. 더욱이 이 시기는 ‘5대 신도시’ 건설 이후 신규 주택 공급이 대폭 줄었던 상황이어서 아파트는 짓는 대로 팔려나갔습니다.

정부가 뒤늦게 집값을 잡겠다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양권 전매를 제한하자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 건설사들은 지방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 규제가 덜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지방에도 대출 규제를 가하자 그나마 남아 있던 유효수요마저 고갈되고 말았습니다. 건설사들이 정부 책임론을 들먹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간의 과정이야 어찌됐든 중소 건설사의 줄도산은 이미 현재진행형이 돼 있습니다. 더구나 건설업계의 위기가 금융권으로 전염될 가능성마저 감지되고 있습니다.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부동산 시장의 안정과 건설 경기의 연착륙을 동시에 담을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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