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부를 없애야 할 이유’ 더 만드는 교육부

  • 입력 2007년 9월 6일 21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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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가 연일 칼을 빼 들고 있다. 어제는 특수목적고 설립을 당분간 불허한다고 발표했다. 그제는 대학 자율성 수호에 강한 의지를 보여 온 고려대를 상대로 입학정원을 160명 감축하는 조치를 내렸다. 그 전날에는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던 7월의 약속을 뒤집고 내신 반영비율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대학에 행정적 재정적 제재를 가하겠다고 나섰다. 하나같이 이 정권의 평등주의 코드에 맞춰 통제의 고삐를 바짝 조이는 강경책이다.

하지만 이 조치들이 실행에 옮겨진다 해도 그 시기는 대통령이 바뀌는 내년 이후의 일이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여권의 대선 주자들까지 대학과 교육 자율권 확대를 약속하고 있으므로 작금의 교육부 방침은 실효(實效)가 의문시된다. 법적 절차에서도 타당성이 없다. 특목고 설립 허가는 시도 교육감의 고유 권한이다. 협의 상대에 불과한 교육부가 불허 운운하는 것은 월권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자율권을 지키는 데 앞장서 온 대학에 대해 입학정원 감축으로 목을 조르는 것은 행정권력 오남용(誤濫用)이자 대학 경쟁력을 발목 잡는 어리석은 행위다.

정권 임기를 6개월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교육부가 왜 이렇게 좌충우돌하며 초강수를 남발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내년 이후의 중요한 정책 결정은 차기 정부에 맡기는 게 순리다. 교육부가 과연 정상적인 판단 능력과 업무수행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교육부가 시대역행적 이념에 사로잡힌 정권의 들러리나 서면서 정책 실패를 거듭하고 사교육비만 급증시킴에 따라 교육부 폐지론 또는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교육부를 손보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공무원이 대학으로부터 2억 원의 뇌물을 받아 구속된 것은 대학에 대한 각종 인허가권을 교육부가 틀어쥐고 있어 생긴 비리다. 따가운 시선 속에서 교육부는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최근의 무리수는 교육부가 얼마나 쓸모없는 기관인지 스스로 입증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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