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하태원]‘인터뷰 불가 가이드라인’ 외신은 예외?

  • 입력 2007년 8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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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위성방송인 알자지라가 23일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풀려난 김경자, 김지나 씨를 단독 인터뷰한 것을 두고 말이 많다.

피랍 26일 만인 13일 극적으로 풀려나 17일 귀국한 두 사람은 정부의 뜻에 따라 일반인이 맘대로 이용할 수 없는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했다.

정부는 두 사람의 심리적 안정을 이유로 들었지만 국내 언론의 취재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들에 대한 인터뷰도 사실상 제한해 왔다. 이들의 발언이 언론을 통해 외부로 알려질 경우 남아있는 인질 19명의 안전이 위태로워질 수 있고, 탈레반과의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스스로 만든 ‘가이드라인’을 깨고 ‘아랍권 CNN’으로 불리는 알자지라에 두 사람의 인터뷰를 허용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인터뷰는 본인들과 가족들이 결정한 것이며 정부는 그들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해 인터뷰를 주선했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알자지라 방송을 듣는 이들은 아랍권 사람들이며 탈레반도 포함돼 있다”고 말해 인터뷰가 일종의 ‘홍보전’ 차원임을 시사했다.

외교부는 피랍사태와 관련해 장관, 차관보, 대변인 등이 나서 모두 37차례의 브리핑을 했다며 ‘실적’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알맹이’ 없는 브리핑이었다는 게 기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예를 들어 ‘탈레반과 정부의 접촉이 이뤄지고 있느냐’는 사실 관계를 묻는 질문에도 외교부는 “인질의 안위에 도움이 안 된다” “협상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며 확인을 거부했다.

이른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에 따라 16일 외교부 청사 1층에 새 브리핑룸을 만든 이후에는 단 한 차례의 배경설명만 했을 뿐이다.

두 사람이 석방된 직후인 14일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애국심에 호소한다’며 “남은 인질들의 안위를 위해 언론사에 두 사람에 대한 취재 자제를 공식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려는 취재 통제 조치와 연계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외신에 독점적으로 두 명에 대한 인터뷰 기회를 준 것은 ‘국내 언론 인터뷰는 인질 석방에 도움이 안 된다’는 정부의 근거 없는 불신과 노무현 대통령의 ‘언론에 대못질’ 하는 비뚤어진 언론관이 맞물린 결과 같아 씁쓸하다.

하태원 정치부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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