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종식]온실가스 감축, 금융권도 동참하자

  • 입력 2007년 8월 2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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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주식시장과 날씨가 요동치고 있다. 변화 패턴이 과거와는 판이하고 변동 폭도 사뭇 다르다. 8월 초부터 아열대성 폭우가 지속되더니 이제는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일부 전문가의 지적처럼 한국이 아열대성 기후로 서서히 변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하다. 지난 100년간 한반도의 평균 기온은 세계 평균의 2배 정도인 섭씨 1.5도 상승했다고 한다.

이런 기후변화, 기상이변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국제사회는 1997년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규정한 교토의정서를 채택했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은 내년부터 시작되는 1차 감축의무 달성을 위해 신재생 에너지 기술 개발, 에너지 효율 개선 등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 속에 금융시장, 금융기관의 다양한 대응이 주목을 끌고 있다.

교토의정서가 발효된 해인 2005년 5월 뉴욕의 유엔본부에 3조 달러의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가들이 모였다.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자신들의 자금력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그해 10월에는 같은 장소에서 세계 200여 개 은행과 보험사가 모여 지구온난화 저지를 위한 금융기관의 역할을 논의했다.

지구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금융회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환경친화 투자자금 조성이다. 사회에서 위탁받은 자금을 기후변화 대응 기술 및 관련 상품에 효율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그렇게 얻어진 성과는 환경과 경제의 지속성과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보탬이 된다. 최근 자주 거론되는 사회책임투자(SRI) 펀드가 좋은 예다.

또 하나의 역할은 저(低)탄소 사회 구축을 위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일이다. 위험을 측정하고 등급을 매기는 일은 금융의 기본 기능이다. 투자 대상 기업을 평가할 때 종래의 재무 심사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리스크 등 새로운 평가 요소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기업의 환경 보호 노력을 평가해 기업 평가 정보로 활용하는 탄소공개 프로젝트(CDP)나 다우존스 지속가능성 지수가 그 예다.

세 번째는 기후변화, 환경과 관련한 새로운 시장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에 투자함으로써 수익과 지구환경 보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고, 갈수록 세분되는 기후변화 관련 시장과 관련된 다양한 파생상품의 개발도 활발하다. 일본은 금융상품거래 법령에서 배출권 거래를 금융기관 업무에 추가하는 등 소규모 수요자를 위한 배출권 신탁상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이는 유엔환경계획(UNEP)이 2012년 2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 배출권 시장의 선점을 위한 노력이다.

이제 한국 금융권도 기후변화, 환경에 대한 노하우를 활용해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새로운 수익원으로 연결시키는 역할을 할 때다. 최근 국내 시장에서도 물, 대체에너지, 온실가스 관련 사업에 투자하는 펀드가 출시됐다. 탄소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변화의 의미는 크다. 선물 및 옵션 시장에서 한국 금융의 능력과 활약상은 이미 입증된 바 있기 때문이다. 심각한 기후변화 때문에 생기는 새로운 탄소시장에서 금융의 블루오션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박종식 삼성지구환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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