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한승주]평창의 눈물, 여수에서 닦자

  • 입력 2007년 8월 1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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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의 열렬한 성원, 정부와 재계의 지원은 물론 다른 경쟁 도시보다 월등했던 개최 준비 상태를 고려할 때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은 우리에게 큰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두 번에 걸친 평창의 쓰라린 경험은 국제적인 주요 행사를 놓고 세계의 열강과 경쟁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지금도 성공적으로 유치하지 못한 데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을 냉정하게 되돌아보면, 유치 성패를 좌우했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외교력과 정보력으로 귀결되는 것 같다.

평창의 가장 강력한 경쟁 도시였던 러시아의 소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 대한 철저한 성향 파악과 정밀한 판세 분석을 바탕으로 득표 전략을 폈다고 한다.

특히 푸틴 대통령의 자존심을 버린 영어와 프랑스어 연설은 상당한 효과를 봤다는 후문이다. 실질적이고 파격적인 투자 제안이 담긴 프레젠테이션에 많은 IOC 위원의 마음이 크게 움직인 것도 또 다른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이런 점은 이제 100여 일 앞(11월 27일)으로 성큼 다가온 2012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결정을 앞두고 여수의 박람회 유치 활동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여수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에 관계된 인사들의 설명을 들어 보면 경쟁국의 유치 노력은 우리를 긴장케 할 만하다.

모로코의 탕헤르는 국왕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이슬람권 최초의 박람회 도전이라는 명분과 세계적 휴양지이며 유럽과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을 강조하면서 유럽의 표심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폴란드의 브로츠와프는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서 유럽 국가의 지지를 호소하는 등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 양상이 전개되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여수세계박람회 개최지 결정도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투표전과 흡사한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2차 투표에서 결정되는 점,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회원국을 움직이고 설득해야만 한다는 점, 국가원수의 리더십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여수세계박람회를 준비하는 관계자 모두는 이런 점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여 마지막 준비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선 정부 차원의 외교적 역량이 한층 더 요구된다. 아프리카, 유럽 및 중동에 대한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 좀 더 적극적인 공략이 필요할 뿐 아니라 2차 결선투표로 갈 경우에 대비해 치밀한 외교 전략을 수립하고 과감하게 실행해 나가야 한다.

또 이 지역에 긴밀한 네트워크를 가진 민간 기업의 마지막 분발도 아울러 촉구한다. 국제 행사를 유치하고 나아가 세계인의 호응을 받으며 성공리에 치러 낸다면 국가 이미지 제고에 따른 파생 효과는 온전히 기업의 몫으로 돌아간다. 국가와 사회에 공헌했다는 보람은 그 무엇에도 비길 바가 없을 것이다.

끝으로 유치 여부가 결정될 11월 프랑스 파리 총회에서의 프레젠테이션이 세계박람회기구 회원국 대표들에게 얼마나 호소력이 있을지 냉철하게, 그리고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제 남은 기간 정부와 기업이 지지 확보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한다면 여수의 푸른 앞바다에서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인류의 축제를 온 국민이 다 함께 향유할 수 있다. 평창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여수가 세계박람회를 유치해 새로운 미래로의 꿈과 희망을 국민에게 안겨 주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한승주 고려대 총장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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