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성동규]고객정보를 팔아먹다니

  • 입력 2007년 8월 1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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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세계 최대의 검색 사이트인 구글에 국내 편의점 업체 인턴 지원자 1300여 명의 개인정보가 노출되어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구글의 데이터베이스에는 한국인의 주민등록번호가 90만 개 정도 노출돼 있었다. 공공기관 홈페이지에 있는 개인정보 역시 구글에서 검색이 가능해 급기야 ‘공공기관 홈페이지 개인정보 누출 방지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도 했다.

솜방망이 처벌에 ‘절도’ 불감증

인터넷에서 한번 노출된 정보는 순식간에 확산되는 속성상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의 누리꾼이 우리의 개인정보를 블로그 등을 통해 퍼 나르는 상황이어서 후유증은 심각할 것이다. 실제로 어느 중국인이 자국 사이트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는 한국 국민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심지어 휴대전화번호를 갖고 온라인게임과 관련된 계정을 해킹해 아이템을 갈취하는 등 다양한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한국에서 개인정보 보호 문제는 남을 탓하기 어려울 정도로 여전히 저급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의 이슈는 이미 10년 넘게 불거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기업 모두 여전히 불감증에 걸려 있는 것 같다.

최근 적발된 국내 최대의 통신회사 KT와 하나로텔레콤의 경우 말로만 고객 감동을 떠들었을 뿐 뒤에서는 고객의 정보를 팔아 수백억 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이용가구 중 두 집 건너 한 집꼴로 고객의 개인정보가 노출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오죽하면 시민단체가 두 통신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려고 나서겠는가.

정부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통신산업의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이를 관장하는 정보통신부의 역할과 권한 역시 막강해졌다. 그만큼 정통부는 국민의 편에서 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도리어 통신업자를 보호하는 데 더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통신요금 인하 문제부터 이번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에 이르기까지 정통부의 태도는 정말 모호하기 짝이 없어서 정통부 폐지 얘기가 다시 나올 정도다. 이제부터라도 정통부는 중심을 잡고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종합적인 정책을 좀 더 적극적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

현재의 법으로는 개인정보를 부정한 방법으로 유출해도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만 내면 된다. 이번 사건처럼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는 경우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만 물면 그만이다. 300여억 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통신사 측에서는 법이 우습게만 보일 것이다.

개인정보 보호 강력 대책 시급

한번 유출된 정보는 끊임없이 인터넷을 통해 떠돌아다니면서 엄청나 피해를 주는 만큼 더욱 큰 책임을 물어야 한다. 개인정보 문제의 핵인 주민등록번호의 보호 역시 대안을 찾아야 한다. 공공기관의 홈페이지부터 본인 확인을 위해 이용하는 주민등록번호 입력 방식 대신 다른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시작할 당시의 원칙은 어떠한 감시나 규제를 배제하고, 모두가 자유롭게 참여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정신이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의 80% 이상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현 시점에서의 철학은 타인에 대한 배려와 윤리정신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를 조율할 책임은 정부와 기업에 있다. 이제라도 내 국민, 내 고객을 진정으로 감동시킬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여 실천하길 기대한다.

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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