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이 탈당-창당-합당의 정치 곡예를 시작한 올 1월부터 따지면 3분기까지 모두 13억 원이나 더 받게 된다. 정당에 지급되는 보조금 총액은 같지만 국회 교섭단체를 만들었다가 허무는 방식으로 범여권의 몫을 늘린 것이다. 현행법은 보조금의 50%를 교섭단체에 우선 배정토록 하고 있다. 결국 ‘헌정사상 초유의 정치코미디’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계산기는 약삭빠르게 두드린 셈이다.
국고 더 타내는 데는 이렇게 선수지만 정작 선거 빚 갚는 정치 도의는 빵점이다. 열린우리당은 2002년 대선 빚 43억 원은 갚을 생각조차 않고 있다.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홍보물 제작 비용과 당사 임차료는 열린우리당이 갚아야 하고, 열린우리당을 흡수통합하는 민주신당이 갚아야 할 빚이다. 그러나 정세균 열린우리당 대표는 “신당에 가더라도 2003년 분당(分黨) 때 남긴 빚은 갚고 가라”는 중도통합민주당 박상천 대표에게 “김한길 대표가 많이 갚지 않았느냐”고 둘러댔다. 5월 초 김한길 의원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탈당파가 민주당에 들어가 의석이 20석으로 늘어난 덕에 12억7000만 원(2분기 국고보조금)을 받지 않았느냐는 얘기다. 선거 빚 떼먹고 오리발 내미는 파렴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어제 동교동 자택을 찾아온 범여권 대선주자들에게 “열린우리당이 기득권을 포기한 것은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자세다. ‘도로 우리당’이 아니다”라고 격려했다. ‘도로 우리당’인지 아닌지는 국민이 판단하겠지만, 선거 빚 알기를 노름빚쯤으로 아는 것도 ‘살신성인’이라 할 수 있는지 고개가 갸웃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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