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송영대]‘6·25 57주년’ 아직도 먼 평화

  • 입력 2007년 6월 25일 03시 06분


코멘트
6·25전쟁이 일어난 지 올해로 57년이 됐다. 민족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 준 전쟁의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았다.

1950년 6월 25일, 소련의 지원을 받은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시작된 전쟁은 수많은 사상자를 냈고 남북한에 극심한 증오와 적대감을 남겼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됨으로써 3년간 계속되던 총성과 포화는 멎었지만, 전쟁이 남긴 상처는 민족의 갈등과 대립을 갈수록 심화시키기만 했다. 그 후 남북 관계는 수면(水面)의 위와 아래가 다르듯 군사적 긴장 상태와 대화·교류협력이 병존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여 왔다.

北, 서해교전 등 군사도발 계속

남북한 군대 170만여 명이 155마일 휴전선을 사이에 놓고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해교전이 발생하는 등 북한의 군사 도발은 끊이지 않았다. 최근 북한 인민군 해군사령부는 남한의 전함이 북한 영해를 계속 침범하고 있다며 ‘새로운 제3의 서해해전으로, 나아가 해전의 범위를 벗어난 더 큰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는 위험한 불찌(불티)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때 불바다 발언으로 남한을 위협했던 북한이 이번에는 더 큰 전쟁 발언으로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북한은 대화·협력의 장에도 나오고 있다. 금강산을 다녀온 남한 관광객이 100만 명을 넘어서고 개성공단이 활발히 가동되고 있는 데다 이른바 민족통일대축전 참가 등을 이유로 남과 북을 오가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의 친북좌파 세력은 북한이 변하고 있고 이 땅에 평화가 뿌리 내렸다는 환상과 착각 속에서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평화의 토대 없이 교류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잊고 있다.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6·25전쟁은 과거의 사건이기는 하나 정전협정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화 정착이 남북한 간에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북한의 핵 폐기, 남북 군사 대치 상태 해소, 북한의 대남전략 포기, 현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에로의 전환 등 4가지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으로 2·13 초기조치 이행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핵 폐쇄에 이어 핵 불능화, 핵 폐기까지 가는 데는 많은 난관이 있어 전망이 불투명하다. 남북 군사 대치 상태 해소를 위해서는 군사적 신뢰 구축과 군비 통제 등의 조치가 수반돼야 함에도 북한은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남한의 대선에 개입하는 등 본격적인 정치공작을 통해 국론 분열을 공공연히 획책하는 등 대남 전략 획책도 멈추지 않았다.

평화정착 위해 한미동맹 강화해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문제는 6자회담 틀 안에서 한반도 평화포럼을 구성해 협의하기로 돼 있으나 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제기할 공산이 커 벽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미국, 한국, 북한 3개국 정상이 만나 한반도 종전선언을 하자는 구상이 제기되고 있으나, 선언이라는 종이 한 장으로 평화가 정착된다는 보장이 어디에 있겠는가. 평화는 선언이나 협정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그것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있을 때 가능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맥락에서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전쟁 억지력을 튼튼히 확보해야 하며 한미 군사동맹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이와 같은 평화 노력과 더불어, 6·25전쟁을 극복하기 위해 북한의 최고통치자가 민족과 역사 앞에 남침을 겸허히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할 것이다. 이것만이 진정한 민족 화해와 평화의 토대를 마련하는 길이 될 것이다.

송영대 숙명여대 겸임교수 전 통일부 차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