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카페]‘어깨 힘 빼는’ 산자부

  • 입력 2007년 5월 1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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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공부(현 산업자원부)도 한때 힘깨나 쓰는 부처였습니다. 복사용지 등 사무용품은 총무과에 예산을 요청하지도 않았어요. 기업에서 두고 간 ‘용돈’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으니까요.”

산자부의 한 공무원은 ‘과거의 영화(榮華)’를 이렇게 전했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 대대적인 업종별 규제 폐지로 기업들이 산자부에 목맬 이유가 없어졌고, 자연히 사정은 달라졌다고 합니다.

일부 경제부처 같으면 사생결단하는 심정으로 힘을 되찾으려 하겠죠. 하지만 산자부는 최근 ‘어깨의 힘을 더 빼는’ 작업에 들어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최근 국회에서 대형 할인점 규제법안(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내놓았는데 산자부는 확고하게 반대합니다. ‘대기업을 더 규제하는 것은 곤란하다. 취약한 재래시장을 지원하는 것은 몰라도 기존의 기업이 영업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안 된다’는 논리입니다.

김영주 산자부 장관은 1월 29일 취임 이후 100일 중 23일을 해외에서 보냈습니다. 자원 외교와 대형공사 수주 등을 위해 기업인을 이끌고 중국 인도네시아 등 8개국을 돌았습니다. 김 장관이 최근 “기업들의 불만인 기업결합심사제도를 공정거래위원회와 논의해 보겠다”며 기업에 힘을 실어 주는 발언을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석유화학업계를 보죠. 경쟁 격화와 공급 과잉, 수익성 악화 등으로 구조조정, 인수합병(M&A)이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으면 기업결합심사제도 등 독과점 규제를 받으니 막막하기만 합니다.

물론 정부는 틈만 나면 규제 완화를 외칩니다. 그러나 9일에는 외국인 투자기업 중 절반 이상이 한국 정부의 규제와 각종 절차의 불합리성에 불만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그동안 경제부처들은 자금 지원과 규제라는 당근과 채찍으로 기업 위에서 군림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개방의 시대입니다. 이제 채찍은 버리고 기업끼리 경쟁할 수 있도록 토대를 닦아 줘야 합니다.”

잇단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으로 개방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최근 신선한 변화의 모습을 보여 준 기업 주무부처 산자부가 ‘작고 효율적인 정부’의 본보기가 돼 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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