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종인]서민 주거 돕게 ‘주택바우처제도’ 도입을

  • 입력 2007년 4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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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은 언론의 단골 메뉴다. 정부의 부동산투기 억제대책이 약발을 받고, 집값 폭등을 선도했던 재건축대상 아파트 가격이 계속 내린다는 기사는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한 서민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런 기사는 서민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언론이 서민을 위한 주택정책이나, 도시 빈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으면 한다.

일부에서는 국내 주택보급률이 1995년만 해도 86.1%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제 100%를 넘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주택의 절대량 부족과 급격한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한 서민의 주거 불안은 더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모여 사는 수도권을 보면 주택 부족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소득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인 주택 임차료 비율과 전세금 제도는 저소득 빈곤층의 주거생활에 큰 부담을 준다. 대도시의 경우 공공임대주택처럼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의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제시하는 구호 중 하나는 몇 년 내 수십만 호의 공공주택(국민임대주택, 장기임대주택)을 지어 무주택 저소득층의 주거안정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예산 부족이나 정책의 우선순위에 밀려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다. 오래된 공공주택의 주민은 건물의 관리 소홀과 시설 노후화로 매우 열악한 여건에 노출돼 있다. 미국 뉴욕의 할렘가 수준은 아니지만 슬럼화가 우려되는 지역이 없지 않다.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은 도시 빈곤층이나 서민의 주거안정에 어느 정도의 역할을 했지만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좀 더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안 중 하나는 소득이 낮은 세입자에게 현금성의 주거비용을 직접 보조하는, 주택수요자를 지원하는 제도다.

저소득층을 선별해 가계소득의 일정 부분(예컨대 40%)을 초과하는 임차료(월세)를 정부에서 임차보조금으로 지급하는 내용이다. 저소득층은 보조금과 자기 소득의 일부를 갖고 정부가 제시하는 적정 수준의 집을 선택해 임차할 수 있다.

임차보조금 제도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주택바우처(housing voucher program)라는 이름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소득이 낮은 서민의 주거안정에 상당히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

국내에서 이런 정책을 시행하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있다. 월 단위 임차금을 일부 보조하는 형태의 제도를 일시불의 목돈이 요구되는 전세제도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또 저소득층의 소득을 투명하게 알 수 없으면 제도 시행에 어려움이 따른다. 무엇보다 제도 시행을 위한 정부의 예산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기존 공공주택정책의 문제점 해소를 위한 대안이 절실한 실정이고, 이미 선진국에서 서민의 주거안정에 일조하는 점을 볼 때 서민의 주거비용을 보조하는 주택바우처 제도의 시행을 미룰 이유가 없다.

이종인 한국소비자원 책임연구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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