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양종구]육상 ‘계측 오류’ 웃고 넘길 일 아니다

  • 입력 2007년 4월 18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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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100m에서는 0.01초를 단축하는 것도 무척 힘이 든다. ‘총알 탄 사나이들’과 ‘스프린트 여왕들’의 경쟁이 지구촌의 관심을 모으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16일 경북 안동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제62회 전국대학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준결승 1조에서 3명이 동시에 28년 묵은 남자 100m 한국기록을 깨는 일이 벌어졌다. 손해성(동아대)이 10초 24, 박평환(조선대)이 10초 29, 조영욱(한국체대)이 10초 31을 기록해 1979년 멕시코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서말구(현 해군사관학교 교수)가 수립한 남자 100m 한국기록 10초 34를 동시에 갈아 치운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자동 무선계측 시스템 오작동 때문에 발생한 측정 오류로 밝혀졌다. 미국 코비스사에서 도입한 계측 시스템이 외부 전파나 자기장의 간섭이 있을 경우 순간적으로 무선 시스템이 끊기는 단속현상을 일으켜 빠른 기록이 계측됐다는 것이다. 안동시민운동장은 관중석이 낮아 경기 당시 군용 무선장비 등에서 나오는 강한 외부 전파에 노출됐을 것이라고 대한육상경기연맹 측은 설명했다.

문제는 지난해에도 이번과 비슷한 어처구니없는 계측 오류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안동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제61회 전국대학육상선수권대회에서 박평환이 10초 46을 뛰어 10초 70대였던 자신의 최고 기록을 단번에 0.3초 앞당겼다. 당시 다른 선수들도 예상보다 좋은 기록을 내 대한육상경기연맹은 거리 측정을 다시 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피웠다.

하지만 지난해 기록은 한국기록이 아니었던 터라 그냥 넘어갔지만 이날 계측 오류로 한국기록이 나오는 바람에 지난해 기록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게 드러났다.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1년을 끌다 측정 오류로 28년이나 깨지지 않은 한국기록을 3명의 선수가 무더기로 갈아 치우는 ‘소동’을 겪은 뒤 비로소 문제의 원인이 밝혀진 것이다. 이번 일로 한국 육상의 대외 신인도는 크게 하락했다. 한국은 2011년 대구에서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한다. 4년 뒤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면 대한육상경기연맹을 비롯한 육상 관련 단체와 관계자들이 정신을 차려야 할 때다.

양종구 스포츠레저부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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