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토플 스트레스’ 누가 만드나

  • 입력 2007년 4월 1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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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교육평가원(ETS)의 영어인증시험인 토플(TOEFL)의 국내 지원자들이 큰 불편을 겪으며 불만에 가득 차 있다. 인터넷 접수를 위해 온 가족이 컴퓨터 앞에서 사흘 밤을 새웠다는 사례가 잇따르고, 웃돈을 주고 응시권을 사거나 제삼국에 원정시험을 보러 가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된 책임은 시험을 주관하는 ETS의 준비 부족과 무성의에도 있지만 더 분명한 이유는 토플 수요(需要)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토플은 비영어권 학생이 미국 대학에서 공부할 언어능력이 있는지 재 보는 시험이다. 그런데 국내 응시생의 80% 정도는 유학과 관계없는 중고교생이다.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와 대학들이 영어특별전형을 하면서 토플 점수를 내라고 하기 때문이다. 각종 규제로 대학과 특목고의 자율성을 묶어 버린 교육 당국에도 책임이 있다.

시험을 여러 번 칠수록 점수가 좋아진다고 믿는 학부모들이 한 번에 170달러(약 15만 원)인 비싼 응시료를 내고도 자꾸 시험 보도록 자녀를 몰고 가는 경향도 있다. 그러다 보니 진짜 토플 성적이 필요한 유학 준비생들이 제때 시험 보기 어려워 고생을 더 하게 된다. 토플 응시료로 미국으로 넘어가는 달러만도 한 해 100억 원 꼴이다.

ETS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시험 횟수와 장소를 확대하지 않고, 부실한 서버 관리와 잘못된 정보로 수험생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ETS가 ‘배짱 장사’를 하는 측면도 있지만, 기술이나 보안문제로 시험장을 무조건 확대하기도 어렵다.

토플 점수를 요구하는 특목고나 대학만 나무랄 수도 없다. 학교마다 별도의 영어고사(考査)를 실시한다면 그 비용과 문제점도 만만찮을 것이다. 결국 공신력 있는 공인 영어시험의 국내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는 과제가 남는다. 그래서 국산 영어인증시험도 거론되지만 토플만 최고로 치는 사회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이 또한 만병통치약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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