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승련]‘쇠고기 뼛조각’에 흠집난 한국 이미지

  • 입력 2007년 4월 1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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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간에 ‘경제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한창이던 지난해 하반기 이후 워싱턴에서는 오히려 한국의 이미지가 나빠졌다는 말이 자주 들려왔다. 한국 정부가 수입 쇠고기 검역을 철저히 한다며 X선 검색기까지 동원해 결국 손톱만 한 뼛조각을 찾아냈고, 그걸 이유로 쇠고기를 전량 반송하는 일이 세 차례나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2003년 광우병에 걸린 소 2마리가 발견된 탓이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호주산 쇠고기였어도 그렇게 이 잡듯 뒤졌겠느냐”고 항변한다.

11일 헤리티지재단이 개최한 세미나에서는 한국에 대한 워싱턴 사람들의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정책 세미나에선 늘 그렇듯 점잔 빼는 표현을 쓰지만 이날은 좀 달랐다.

FTA 협상대표인 웬디 커틀러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차관보는 “미국 쇠고기에 붙인 관세가 사라지는 15년 뒤에는 오늘의 일을 다 잊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절제된 말투였지만, 마음속 앙금이 그대로 읽혔다.

최근까지 상원 재무위원회에서 국제무역을 담당했던 통상변호사 겸 로비스트 브라이언 폼퍼 씨가 곧이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뼛조각 파문을 말하면서 한미 간에 형성된 “신뢰 부족” 그리고 “어느 정도의 불신감”이라는 더 직설적인 표현을 썼다. 21명이 포진한 상원 재무위에서 “쇠고기 때문에 FTA를 반대할 상원의원 11명을 찾는 것은 일도 아니다”고 했다. 또 “수입 재개에 대한 확답 없이 FTA에 동의해 줬다가 나중에 ‘제2의 뼛조각’ 파문으로 (뒤통수를) 때리면 어쩌느냐”고도 했다.

적어도 폼퍼 씨로 상징되는 국제무역 분야의 변호사와 의회 보좌관 로비스트 사이에선 한국이 그동안 어렵게 쌓아 온 긍정적인 이미지가 한 방에 날아간 듯하다.

하지만 쇠고기 협상이 전부는 아니다. 한국의 우수한 통상관료와 전문가 수백 명은 FTA 협상 전반에 걸쳐 미국의 맞수들과 수준 높은 협상전을 펼쳤다. 이념과 민족주의를 배제한다면 서울과 워싱턴의 프로들끼리 미래를 만들어 갈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5월 말이면 국제수역기구에서 “미국 쇠고기는 광우병이 통제됐다”는 결과를 내놓게 된다. 워싱턴에서 구겨진 한국의 이미지와 위상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절호의 기회다.

김승련 워싱턴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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