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민단체들, 세금 불투명하게 쓰며 세상 감시?

  • 입력 2007년 4월 12일 23시 30분


코멘트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세금 49억 원을 지원해 준 시민단체들의 148개 사업에 대한 평가 결과를 보면 일부 시민단체의 도덕성과 투명성은 아주 낮은 수준이다. 이런 단체가 정부와 기업을 감시한다니 주객(主客)이 뒤바뀐 꼴이다.

환경단체인 ‘환경과 생명’은 수돗물 불소화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뤄 내겠다며 지난해 정부에서 2700만 원을 받았다. 그러나 이 단체는 사업 추진을 위한 위원회도 구성하지 못한 채 사업에 실패했다.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거창한 명목으로 3000만 원을 지원받았지만 토론회를 열고 홍보물을 배포한 것이 고작이다. 회계 처리도 엉망이었다.

시민단체가 국민 혈세에서 지원을 받아 벌이는 사업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아도 지원금 환수조차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공무원이 세금을 잘못 쓰거나 기업체 임직원이 회사 돈을 오남용하면 징계나 형사처벌을 받지만 시민단체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시민단체의 도덕적 해이는 정부가 시민단체를 ‘내 편’으로 이용하는 데 재미 붙여 지원사업을 엄격히 심사 평가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일부 시민단체는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분야에서 정부 역할을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점에서 정부 지원을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민단체가 정치권력과 유착하고 불투명하게 돈을 쓰면서 세상의 소금 역할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현 정권에서 시민단체들은 지나친 정치적 편향성과 권력화, 관변단체화, 국고보조금의 불투명한 사용 같은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친여 성향의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의 정권 참여는 이 정부에서 최고 수준에 이르러 시민단체가 권력으로 가는 통로가 되다시피 했다. 참여연대의 전현직 임원만 158명이 현 정부 고위직과 각종 위원회에 진출했을 정도다. 독재정권 시대의 어용 관변단체와 다를 바 없다. 순수성을 잃은 시민단체에선 운동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시민단체가 정치 세력과 다름없이 활동하면서 우리 사회의 편가르기를 심화시키는 부작용도 없지 않다. 시민운동이 시민의 외면을 받지 않으려면 내부 민주화, 책임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이 필요하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