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탈북자 北送 외면하는 정부’ 비판받아 싸다

  • 입력 2007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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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톰 랜토스 위원장은 “중국에서 떠도는 탈북 난민들의 인권이 유린되고 있다”면서 “잘사는 민주주의 국가로 성장한 한국이 북한을 등지는 사람들을 흡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데이나 로러배커 의원도 “한국 정부가 같은 코리안(Korean)인 탈북자들이 북한 정권에 송환되도록 방치하는 것은 끔찍하다”면서 “대단히 정의롭지 못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탈북자 문제에 대한 무관심과 무책임이 미국 정치권의 비판 대상이 된 것이다.

지금 중국에는 배고픔과 정치적 박해 때문에 죽음을 무릅쓰고 북한을 탈출했지만 언제 중국 공안 당국에 붙잡혀 강제 북송될지 몰라 불안에 떠는 탈북자가 많이 있다. 특히 젊은 여성 탈북자들은 신분상의 약점 때문에 인신매매나 강제 결혼의 대상이 되는 등 이중의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다고 탈북자 인권 단체들은 고발한다.

그런데도 김정일 정권의 눈치를 보며 남북정상회담에나 신경 쓰는 정부는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인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을 막기 위한 어떤 조치도 제대로 취하지 않고 있다. 작년 7월 중국 선양(瀋陽) 영사관이 3명의 탈북 국군포로 가족 9명을 신변 보호도 되지 않는 민박집에 머무르게 했다가 중국 공안에 붙잡혀 북송되도록 한 사건은 정부의 무성의와 무관심을 단적으로 보여 준 사례다.

주중 대사관과 선양 영사관이 구명(救命)을 요청한 국군포로 장무환 씨나 납북 어부 최욱일 씨를 문전박대한 사건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도움을 요청한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이렇게 대했다면, 탈북자들을 강제 송환의 공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울지 모른다.

미 하원은 일본이 군위안부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인정하고 아베 신조 총리가 공식 사과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이 결의안 내용이 전적으로 타당한 것처럼 탈북자 강제 북송에 대한 한국 정부의 태도를 비판한 미 하원 의원들의 주장도 옳다. 정부는 이들의 비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탈북자 북송을 막을 적극적인 외교 활동을 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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