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균형발전’에 뿌려지는 헛돈

  • 입력 2007년 3월 23일 2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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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는 ‘전국이 개성 있게 골고루 잘사는 사회 건설을 위한 균형발전사업’이라며 혈세를 퍼부었지만 정책효과는 불투명하고 부작용도 많다. 현실과 동떨어진 사업을 벌이며 돈만 쓰거나 중앙정부가 시시콜콜 간섭하고 중앙과 지방의 여러 부처와 부서들이 비슷한 사업들을 제각각 벌인 탓이다.

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농촌체험관광사업은 6개 부처가 19가지 이름으로 추진 중이다. ‘마을’이나 ‘개발’ 이름이 붙은 다른 사업들도 공통된 문제를 안고 있다. 충북 단양의 한 마을에는 세금 2억여 원을 들여 80여 대의 컴퓨터를 마련해 줬으나 주민은 “컴퓨터를 거의 쓰지 않는데 인터넷 전용회선 요금만 물고 있다”며 불만이 크다. 강원 인제의 한 마을에서도 세금으로 지원된 컴퓨터 100대가 대부분 낮잠을 자는 실정이다. 인근 마을에 5억 원을 들여 지어 준 휴게소도 썰렁하기만 하다.

‘균형발전’은 노무현 정부가 역점을 기울인 핵심 사업으로 예산이 집중 배정됐다. 사업비가 많아 여러 부처가 경쟁적으로 돈을 쓰다 보니 310가구가 사는 단양의 한 마을은 5개 사업에 88억 원이 투입될 정도다. 연구원은 사업운영, 관리 부실과 예산 낭비가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사업 내용은 속이 빈 쭉정이인 판에 허허벌판에 25억 원짜리 ‘균형발전홍보관’을 지어놓고 선전해 본들 국민 평가가 달라질 리 없다. 행정자치부는 이제야 “유사 중복투자 문제를 해결하고 정보화마을 사업을 정비하겠다”고 뒷북을 친다.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은 “경제사회 발전도 바둑판의 돌처럼 몇 개의 거점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현 정부의 균형발전전략은 발전 역행적이며 실현 불가능한 정치적 슬로건에 불과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국민 세금을 가져다 펑펑 쓰면서 효과도 없는 사업을 대통령의 임기 말 중점사업이라고 밀어붙이고 있으니 답답하다.

전문가들은 국가 경쟁력을 높여 가며 지방의 입지경쟁력을 높이는 순차적 거점개발 방식을 권고한다. 노 대통령은 며칠 전 “농업도 시장원리로 해결해야 한다”고 옳은 말을 했다. 균형발전사업에도 이런 시장원리가 적용돼야 함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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