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농촌체험관광사업은 6개 부처가 19가지 이름으로 추진 중이다. ‘마을’이나 ‘개발’ 이름이 붙은 다른 사업들도 공통된 문제를 안고 있다. 충북 단양의 한 마을에는 세금 2억여 원을 들여 80여 대의 컴퓨터를 마련해 줬으나 주민은 “컴퓨터를 거의 쓰지 않는데 인터넷 전용회선 요금만 물고 있다”며 불만이 크다. 강원 인제의 한 마을에서도 세금으로 지원된 컴퓨터 100대가 대부분 낮잠을 자는 실정이다. 인근 마을에 5억 원을 들여 지어 준 휴게소도 썰렁하기만 하다.
‘균형발전’은 노무현 정부가 역점을 기울인 핵심 사업으로 예산이 집중 배정됐다. 사업비가 많아 여러 부처가 경쟁적으로 돈을 쓰다 보니 310가구가 사는 단양의 한 마을은 5개 사업에 88억 원이 투입될 정도다. 연구원은 사업운영, 관리 부실과 예산 낭비가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사업 내용은 속이 빈 쭉정이인 판에 허허벌판에 25억 원짜리 ‘균형발전홍보관’을 지어놓고 선전해 본들 국민 평가가 달라질 리 없다. 행정자치부는 이제야 “유사 중복투자 문제를 해결하고 정보화마을 사업을 정비하겠다”고 뒷북을 친다.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은 “경제사회 발전도 바둑판의 돌처럼 몇 개의 거점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현 정부의 균형발전전략은 발전 역행적이며 실현 불가능한 정치적 슬로건에 불과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국민 세금을 가져다 펑펑 쓰면서 효과도 없는 사업을 대통령의 임기 말 중점사업이라고 밀어붙이고 있으니 답답하다.
전문가들은 국가 경쟁력을 높여 가며 지방의 입지경쟁력을 높이는 순차적 거점개발 방식을 권고한다. 노 대통령은 며칠 전 “농업도 시장원리로 해결해야 한다”고 옳은 말을 했다. 균형발전사업에도 이런 시장원리가 적용돼야 함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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