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금 막 거두고, 막 쓰고, 막말하는 정부

  • 입력 2007년 3월 17일 00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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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60대 퇴직자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를 분양받아 27년째 살고 있다. 그는 고정 수입이 월 200만 원인데 올해부터 한 달에 100만 원이 넘는 돈을 보유세로 내게 돼 살길이 막막하다.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 노년에 접어든 사람들이 자녀와 평생 사귄 친구와 이웃, 그리고 늘 다니던 교회와 절을 두고 낯선 동네로 이사 가는 것은 보통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아니다. 중년 세대는 자녀 학교와 직장 때문에 이사가 더 어렵다.

세금으로 봉급 받는 공무원들이 한꺼번에 보유세가 3배로 오른 국민을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이사 가면 될 것 아니냐”고 조롱하듯 막말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집 팔고 분당으로 이사 가면 상당히 큰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망발을 한 것도 그렇다. 경기 성남시 분당도 버블 세븐 지역으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과 대상자가 많은 지역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 전 “종부세 때문에 이사 가려면 양도세 10%를 내더라도 돈이 한참 남는다”고 한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 한 충성 발언이다. 극장에서 출구를 막아 놓고 “불이야” 하고 소리 지르는 사람들이나 마찬가지다.

종부세가 부동산 부자를 겨냥한다는 당초 취지는 실종됐다. 올해 종부세 납부 대상자 중에 1주택자의 비중이 36.5%나 된다. 버블 세븐 지역이 아닌 인천 부산 대전 대구 광주와 경기 고양시 일산 같은 곳에서도 종부세 대상이 증가했다. 대상자의 31.1%가 공시가격 6억 원 초과∼7억 원 이하에 몰려 있다. 집 한 채 갖고 열심히 산 중산층이 ‘투기 잡기 위한’ 징벌적 세금을 맞은 것이다. 세금에는 소득과 부(富)의 재분배 기능이 있지만, 납세자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면 수탈이며 사회주의 국가 정책과 다를 바 없다.

세금을 함부로 쓰는 행태도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다. 과거사위원회가 올해 9154건을 조사하겠다며 책정한 예산만 119억 원이다. 이것도 모자라 직원을 130명이나 늘린다고 한다. 70억 원을 들여 충남 연기군 허허벌판에 행정도시 홍보관과 국가균형발전 홍보관을 세웠지만 방문객은 하루 고작 30명이다. 그나마도 관련 공무원과 인근 주민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본란이 그동안 지적한 세금 낭비 사례는 일일이 거론하기에 지면이 부족할 정도다.

정부가 과중한 세금을 때려 놓고 ‘억울하면 집을 팔라’고 어깃장을 놓아도 대통령 임기 끝나는 날만 기다리는 국민이 많으니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서 통할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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