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녕]경선(競選) 룰

  • 입력 2007년 3월 1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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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든 오락이든 승자 결정 방식은 공정하고 분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패자가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소지가 생기고 처음부터 페어플레이를 기대할 수도 없다. 한나라당이 대선 후보를 뽑을 경선 룰을 둘러싸고 내홍(內訌)을 겪고 있는 것도 최대한 공정한 방식을 찾아보자는 것으로, 그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선주자들이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을 고집하는 건 좋아 보이지 않는다.

▷한나라당의 원래 경선 규정은 4만 명의 선거인단(대의원 1만 명, 일반 당원 1만5000명, 국민참여선거인단 1만5000명·여론조사 인원은 별도)으로 6월에 실시하는 것이다. 지난해 당 혁신위원회가 만든 안을 바탕으로 50여 차례의 공청회와 토론회를 거쳐 확정했다. 그러나 여권(與圈)에서 흥행성과 극적(劇的) 효과를 노려 오픈 프라이머리(국민경선제)의 도입과 경선시기의 최대한 연기를 들고 나오자 한나라당에서도 “현행 방식은 문제가 있다”는 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국민 지지도가 가장 높은 이명박 씨 진영은 시기는 그대로 하되 선거인단은 늘리기를 바란다. 박근혜 씨 측은 현행 방식을 원칙으로 하되 시기와 선거인단에서 어느 정도의 타협은 가능하다는 대응이다. 가장 열세인 손학규 씨 진영은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선거인단도 더 늘리자고 주장한다. 당 경선준비위원회가 절충에 나섰지만 시한인 10일까지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그래서 ‘7월 말+선거인단 20만 명’과 ‘9월 9일+선거인단 23만 명’의 두 중재안을 지도부인 최고위원회의에 올려 결정하도록 했다.

▷지도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르지만 판단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손 씨의 탈당 가능성과 ‘3월 위기론’이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다. 한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각 대선주자가 ‘상대 후보에게 관대한’ 방식을 내놓는 게 대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다른 당과의 정면승부에서 이길 수 있는’ 방식이면 더 좋을 것이다.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들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아집보다는 타협하는 자세부터 배워야 한다고 주문한다면 역시 한가한 소리일까.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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