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박석재]스타워즈의 두 얼굴

  • 입력 2007년 3월 1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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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이 2000년 과학기술부 국가지정연구실 사업에 소행성 탐색 기술을 주제로 응모했을 때만 해도 말들이 많았다.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는 영화의 흥행에 편승해 한건하려 한다, 지구에 충돌하는 소행성 정도면 선진국에서 다 찾을 텐데 우리가 왜 따로 찾아야 하나, 소행성을 찾는 일이 뭐가 급한가 등 그 사업에 대한 평가가 꽤 엇갈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 사업을 수행한 결과 천문연은 인공위성을 추적하는 기술도 보유하게 됐다. 왜냐하면 캄캄한 우주공간에서 소행성을 찾아내는 기술이나 인공위성을 찾아내는 기술이나 오십보백보이기 때문이다. 기초과학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전혀 실용성이 없어 보이는 분야도 국익에 기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어찌 이뿐인가, 우리가 찾아낸 소행성에 우리 선현 과학자들의 이름을 헌정함으로써 조상들의 체면을 세우는 데도 기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축적된 기술로 천문연은 2월 궤도가 알려진 한반도 상공 정지궤도위성 96개를 모두 망원경으로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궤도가 알려지지 않은 정지궤도위성이 몇백 개나 더 우리 상공에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현실을 깨닫게 됐다.

그 다음 천문연은 지구 상공 약 400km의 고도에서 약 90분마다 지구를 한 바퀴 공전할 정도로 빨리 움직이는 국제우주정거장(ISS·International Space Station) 촬영에 도전했다. 그 사진이 지난주 언론에 공개됐는데(본보 3월 9일자 A21면 참조) 이미지가 뚜렷하지 않은 이유는 지름 20cm 소형 망원경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경북 영천시 보현산천문대의 지름 1.8m 망원경 같은 천체망원경은 지구 자전에 따른 밤하늘의 회전에 맞춰 구동되기 때문에 위성추적이 불가능하다.

1970년대 최초로 등장한 영화 스타워즈는 정말 재미있었다. 진공이나 다름없는 우주 속을 우주선이 소리 내며 날아가고 곡예 비행하는 우주선 안에서 주인공들이 안전벨트도 안 매고 있는 장면이 나와도 영화 스타워즈는 재미있기만 했다. 지금도 ‘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 하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사람이 꽤 많을 줄 안다. 그때는 스타워즈란 말이 마치 전자오락 게임의 이름처럼 흥미롭게만 들렸다.

하지만 스타워즈라는 말은 이제 더는 우리에게 낭만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특히 중국이 올해 1월 미사일로 위성을 요격하는 실험을 성공리에 마치면서 전 세계가 충격을 받았다. 이제 우리도 우주 감시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선진국들에 모든 정보를 의존하는 시대를 마감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우주 감시 관련 장비들을 기술 이전 제한 품목으로 명시해 국외유출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이제 우리 스스로 필요한 연구개발 장비를 하나씩 만들어 가는 길만 남아 있는 것이다.

앞으로 우주 감시 문제는 천문연뿐 아니라 여러 연구소, 공군, 국가정보원 등이 혼연일체가 돼 과학기술혁신본부 지휘 아래 범국가적으로 다뤄야 한다. 위성레이저추적소(SLR·Satellite Laser Ranging), 전자광학추적소, 레이더기지 등 다양한 위성추적소가 차례로 모두 세워질 때 우주시대에 어울리는 국가안보체제가 확립되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보통 10개가 넘는 위성추적소를 운용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 여러 곳에서 관측해야만 위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극지연구소가 운용하고 있는 남극의 세종기지와 북극의 다산기지가 있다. 그곳에 위성추적소를 설치할 수만 있다면 대단히 이상적일 것이다. 우리 과학기술인들이 추위와 싸워 가며 극지를 지켜 왔기 때문에 이런 꿈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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