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인준]이자 싼 엔화 덥석 끌어 쓰다간…

  • 입력 2007년 3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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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중국 정부의 긴축 정책 발표에 따라 중국 주식 시장이 급락하고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을 쳤다. 세계 경제 둔화와 단기 엔화 자본 철수를 우려하면서 한국, 미국, 일본 증시도 동반 하락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 금융 시장이 조그마한 충격에도 함께 출렁일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세계금융 작은 충격에도 출렁

지난 3년간 우리 원화는 달러에 대해서 그 가치가 23%가량 절상된 반면 우리보다 무역 흑자 규모가 큰 일본의 엔화는 저평가된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자본이 나라 간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상황에서 단기 환율은 국제 무역보다 금리 격차에 따른 자본 이동에 의해 좀 더 직접적인 영항을 받음을 보여 준다. 현재 한국, 미국, 일본의 정책 금리가 각각 4.5%, 5.25%, 0.5%임을 감안할 때 자본이 일본에서 한국이나 미국으로 흘러들어 가면서 엔화 가치가 저평가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2006년 경우를 볼 때 우리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전년 150억 달러에서 61억 달러로 줄어들었지만 자본수지 흑자가 47억 달러에서 186억 달러로 대폭 늘어나면서 원화 가치도 7% 상승하였다. 2006년 우리의 증권투자가 225억 달러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자본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한 것은 예금은행의 단기 차입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단기 차입이 2005년 56억 달러에서 2006년에는 407억 달러로 크게 늘어났는데 엔화 차입이 그중 상당 부분을 차지했으리라 본다. 물론 현재 우리의 외환 보유액이 2400억 달러에 이르러 들어온 단기 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가더라도 외환위기 등의 우려는 없다.

그러나 엔 캐리(Yen Carry·투자자가 이자가 싼 엔화를 빌려 일본이나 제3국의 주식이나 금 등 고수익 상품에 투자하는 것)와 같은 단기 금리 격차에 따른 자본 이동은 우리가 예상하기 힘든 외부충격에 따라 그 방향이 바뀌면서 환율, 주식시장, 부동산시장 등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하며 경제를 둔화시킬 수 있다.

낮은 금리의 엔화가 국내에 들어오면 환율이 하락하고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 경기가 좋아지겠지만 반대로 급속히 빠져나갈 경우 환율이 급상승하며 값싼 이자 혜택이 환차손으로 상쇄되고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냉각되면서 경기가 둔화될 수 있다. 과도한 엔화 단기 자본 이동에 따른 급격한 환율 변동도 경제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금 세계 경제는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 상태에 있다. 미국은 매년 국민소득의 6%에 달하는 경상수지 적자를 외국 자본을 들여와 막는 실정이다. 이러한 글로벌 불균형의 원인을 미국의 과소비(overconsumption)나 일본 중국 등의 과저축(over-saving)에서 찾기도 하지만 이러한 상태가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시기를 예측하기는 어렵겠지만 불균형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엔화의 급격한 가치 상승이 예상되면 엔화 대출이 회수되고 그 과정에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한편 미국 경제나 중국 경제의 둔화 가능성이 예상되거나 중국 금융 부문 부실에 대한 우려 등이 커지면 엔화 단기 자본은 그 방향을 급격히 바꾸면서 금융시장을 교란하고 세계경제 둔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 또한 일본 금리 인상이 기대되고 그 속도가 빠르리라 예상된다면 엔화 가치가 급상승할 것이다.

엔화가치 언제든 급상승할 수도

우리는 외부 충격을 미리 예상할 능력은 없다. 그러나 글로벌 불균형이 지속되는 데 한계가 있고 세계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외부 충격은 과거보다 더욱 빈번히 일어날 것이며 미래의 불확실성도 더욱 커질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엔 캐리에 따른 비용이 혜택보다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과도한 단기 엔화 차입을 피해야 할 것이다.

김인준 서울대 교수·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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