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환자 마음까지 아프게 하는 건강보험

  • 입력 2007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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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癌)은 국내에서 사망원인 1위인 질병이다. 한국인이 많이 걸리는 10대 암의 평균 치료비가 하루 19만 원이 넘어 부실한 건강보험을 보충할 사(私)보험을 드는 사람이 많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올 1월 암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하루 4만∼6만 원대라고 발표했지만 보험 대상이 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 빠져 환자의 실제 부담과는 차이가 크다. 이 때문에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 온 환자도 암에 걸리면 치료비 마련에 허덕인다. 뇌중풍(뇌졸중), 혈우병 등 치료가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드는 질병에 걸리면 보험은 무력하다.

효과가 좋은 신약은 대개 보험급여 대상에서 빠져 있다. 항암제 처방이 일정 횟수를 초과할 경우 급여에서 제외하기도 한다. 암환자에게 필수적인 각종 검사를 보험급여 항목에서 제외한 것도 큰 문제다. 초음파검사 등은 중증질환 진단에 필요하지만 급여에서 빠진 경우가 많다.

건강보험은 감기 환자에겐 큰 도움이 된다. 의원에서 1만5000원의 치료비가 나오면 환자부담은 3000원뿐이다. 이처럼 자연 치유가 가능한 질병에는 돈을 선선히 내주면서 정작 고액의 치료비가 드는 경우엔 충분한 도움을 주지 못한다. 진짜 힘든 상황을 헤쳐 갈 수 있도록 해 주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보험이 아니다.

이렇게 건강보험제도가 부실해진 것은 도입 초기에 가입자 반발을 완화하는 데 급급해 보험료 급여 구조를 잘못 짰기 때문이다. 경증질환의 본인부담을 늘리는 대신 중증환자의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구조개혁을 해 왔지만 잘못된 틀이 아직까지 상당 부분 유지되고 있다.

일선 병원도 문제다. 선택 진료는 보험급여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종합병원의 접수창구는 암 환자가 비싼 선택진료를 택하지 않을 수 없도록 유도한다. 중증 환자는 장기 입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일반 병실이 모자라 울며 겨자 먹기로 값비싼 1, 2인용 상급 병실을 쓰는 경우가 많다. 병실료 차액은 본인 부담이다. 몸이 아픈 것만도 서러운데 건강보험과 병원은 환자의 마음까지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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