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두철]생보사 상장 정부가 결단할 때

  • 입력 2007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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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거래소 산하 생보사 상장자문위원회가 최종 보고서를 금융감독 당국에 제출한 지 벌써 두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는데도 정부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에 일부 시민단체는 반대 서명운동을 추진하기로 했고, 일부 국회의원은 상장자문위의 결론을 뒤엎는 입법안을 발의하는 등 소모적 논쟁이 시작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사실 18년 동안이나 생보사 상장 문제를 결론짓지 못하고 시간만 끌어 온 데에는 누구보다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엄연히 주식회사인 국내 생보사를 대상으로 상장 차익을 계약자에게 배분해야 한다는 전대미문의 주장이 나오게 한 원인 제공의 주체가 다름 아닌 정부이기 때문이다.

국내 생보사에 상호회사(사원이 맡긴 자금으로 설립돼 이익이 사원에게 분배되는 회사)적 성격이 있다고 주장하는 측에서 내세우는 근거는 △생보사가 이익이 발생한 해에도 배당을 하지 않은 점 △자산 재평가를 통해 결손을 보전한 사례가 있음 △자산 재평가 차익 가운데 계약자 몫의 일부를 자본으로 계산한 점 등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사례들은 모두가 그 당시 감독 규정에 근거한 것이며 감독 당국이 요구했던 사항이다.

본래 배당 상품은 일정 금액까지는 생보사가 확정적으로 책임을 지고 그 이상은 이익이 발생하는 경우에만 계약자에게 지급하는 상품이다. 그러나 1980년대 말까지도 감독 당국은 이익이 발생했는지와는 관계없이 일정 수준의 배당을 강제하는 정책을 운용했다.

이익이 나지 않는데도 배당을 강제하다 보니 생보사에 결손이 생겼고, 그 결손을 자본금으로 메우느라 자본잠식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자 감독 당국은 보유 부동산을 재평가해 발생하는 장부상 평가이익으로 결손을 보전하도록 했다.

원칙적으로 하지 말았어야 할 배당을 하느라 결손이 발생했고 그 결손을 보전하기 위해 자산 재평가를 허용했으니 결국은 자산 재평가를 통해 발생한 장부상 이익을 배당하도록 강제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일부 시민단체의 지적 대상도 이러한 사례다.

결국 법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감독 당국이 설립 인가를 내준 생보사가 주식회사인지 상호회사인지 성격도 모르면서 감독했음을 자인한 격이다. 만일 감독 당국이 국내 생보사에 상호회사적 성격이 있다고 판단할 만한 정당한 근거가 있었다면 그러한 판단에 따라 진작에 시정명령을 내려 논란을 막았어야 했다.

지금 감독 당국은 스스로 조장한 잘못된 국민 정서와 법 원칙 사이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여론의 향배를 지켜보고 있는 듯하다. 업계 쪽에 ‘국민 정서에 부응할 수 있는 공익 활동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상장도 하지 못하고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업계에 또다시 책임을 넘긴 꼴이다. 국민 정서도 기업 환경이므로 업체가 대한민국에서 영업을 하는 한 무시할 수 없다. 능력이 되는 범위 내라면 국민 정서 때문이 아니라도 공익 활동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생보사 상장 문제를 해결할 1차적 책임은 어디까지나 감독 당국에 있다. 상황을 이토록 혼란스럽게 만든 1차적 책임이 감독 당국에 있기 때문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다. 감독 당국의 조속한 결단이 필요하다.

김두철 상명대 교수 한국리스크관리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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