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의 ‘北核 레드라인’ 후퇴했나

  • 입력 2007년 3월 7일 2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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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은 어제 뉴욕에서 끝난 관계 정상화 1차 회의 결과에 대해 대체로 만족감을 나타냈다. 김계관 북 외무성 부상은 “회의가 건설적이고 진지했다”고 했고,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북이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화답했다. 회의에서 북은 고농축우라늄(HEU) 문제의 해결 필요성을 인정했고, 연락사무소 설치 없이 곧바로 수교(修交)로 가자고까지 했다. 출발치고는 순조로운 편이어서 일단 기대를 걸어 볼 만하다.

2·13 베이징 합의에 따라 4월 13일까지 이행해야 할 초기 조치들은 크게 어렵지 않은 것들이긴 하지만, 아무튼 양측은 전에 없던 성의와 진지함을 보여 주었다. 앞으로의 회의도 순항해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실질적 결실이 있었으면 한다. 이와 함께 우리는 마땅히 몇 가지 핵심 쟁점에 대해선 여전히 경계심을 늦춰선 안 된다고 본다.

HEU 문제만 해도 북이 ‘양보’한 것처럼 보이지만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설령 북이 원심분리기 등 제조설비의 존재를 고해성사한다 해도 HEU의 실체를 밝히는 데는 한계가 있다. 플루토늄보다 핵폭탄 제조와 은닉이 용이해 추적이 어렵기 때문이다. 평화체제도 미국은 ‘비핵화 완료-평화협정체결-수교’의 로드맵을 상정하고 있지만 북은 ‘선(先)평화협정체결’을 주장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미국은 이 로드맵을 포기해선 안 된다.

무엇보다 악몽의 시나리오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국내 정치적 이유로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한 채 ‘확산 및 이전(移轉)방지’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으로 돌아서는 것이다. 힐 차관보는 이날 “북-미 관계정상화의 전제는 북의 핵 포기”라고 강조하면서도 일부 언론과의 회견에선 북한이 넘으면 안 되는 ‘레드라인(redline)’에 대해 “핵 물질을 다른 국가나 단체로 이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방침이 ‘북핵 불용(不容)’에서 ‘이전 불용’으로 후퇴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한 발언이다.

미국은 북의 미사일 공격을 받거나 국제테러집단에 핵물질이 넘어가지 않는 한 안전에 별 영향이 없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핵을 머리에 이고 산다는 것은 국가의 존망이 걸린 문제다. 게다가 한국은 회담 결과에 따라 경수로 지원 등 대북 지원의 덤터기까지 써야 할지 모른다. 한반도 평화의 대전제는 비핵화이며, 북핵의 레드라인은 ‘핵 불용’이어야 한다. 그 원칙에서 후퇴한다면 우리에게 진정한 평화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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