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엉터리 통계’로 부실 정책 만드는 ‘혁신 정부’

  • 입력 2007년 3월 7일 2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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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경제 통계가 국가기관마다 들쭉날쭉해서 정책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2005년 통합재정수지 흑자 규모를 기획예산처는 8000억 원으로 집계했는데 정부 통계 네트워크인 e-나라지표는 6배 이상인 5조1000억 원이라고 게시했다. 2005년 조세부담률 역시 예산처와 통계청은 19.7%로 집계했으나 e-나라지표는 20.2%라고 해 놓았다. 기초통계인 2004년도 경제성장률마저 다르게 공시돼 있다.

통계의 정확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현실을 반영하는 정책 입안에 필수적인 통계 자체부터 태부족이다. 사(私)교육이나 저(低)출산 관련 대책을 짜는 데 필요한 통계자료가 없어서 곤란을 겪었다는 얘기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부실한 통계를 토대로 만들어진 정책에 거액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잘못된 진단을 근거로 대수술을 하는 꼴이다.

통계가 부실하면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지고 심한 부작용을 낳는다.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 시장에서 약발이 통하지 않는 데도 통계해석의 잘못이 ‘한몫’했다. 정부는 지난달 “주택보급률 산정 때 1인가구가 제외돼 통계수치가 실제보다 높아 보이는 함정에 빠졌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이미 집값이 폭등한 뒤였다.

현 정부는 ‘통계의 마술’에 의지해 4년간의 실적을 자화자찬하는 데 열을 올린다. 사실상 통계 조작에 가까운 쇼도 있었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수출 3260억 달러, 주가 상승 등을 치적으로 꼽고 있지만 잠재성장률 둔화, 일자리 목표 미달, 경기 침체는 아예 거론하지 않았다. 주가는 중국 기침에 감기 들 정도다. 3년 전 신용불량자가 급증하자 통계용 용어와 기준을 바꾸는 등 법석을 떨더니 이번엔 ‘신용불량자가 3년간 90만 명 줄었다’고 자랑한다. 이 또한 통계의 고무줄 효과가 크다. 어제 발표된 통계로는 작년 가계부채가 4년 만에 최대다.

통계 관리 하나 제대로 못하면서 대통령비서실장은 언젠가 “선진국이 아니라는 증거가 없다”고 했고, 정부는 끊임없이 혁신을 외쳐 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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