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영업→단순노무자, 1년에 4만8000명

  • 입력 2007년 2월 26일 2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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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 동안 서비스판매종사자, 즉 자영업자 가운데 4만8000명이 청소원, 경비원, 음식배달원, 막일노동자 등 단순 노무종사자로 전락했다. 1년 전의 자영업자가 48만 명이었으니 10명 중 1명꼴로 전업한 것이다. 지난해 자영업자는 순(純)전출이, 단순노무자는 순전입이 각각 가장 많은 직종이었다. 자영업으로 먹고살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민생경기가 얼마나 나빴는지 실감할 수 있는 지표들이다.

이렇게 된 것은 식당 소매점 등 영세 개인사업자의 폐업이 늘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때보다 힘들다”는 호소가 엄살이 아니다. 정부는 전국에 음식점이 60만 개, 소매점이 63만 개나 되고 이 중 상당수가 영세해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논평한다. 하지만 자영업자가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은 ‘기업형 일자리 부족’에 있다.

김병준 대통령정책기획위원장도 정책실장 시절 “자영업자가 너무 많은 게 문제”라고 했지만 인과(因果)관계를 뒤바꾼 책임 회피성 진단이다. 정부가 규제와 기업 환경을 개선해 투자를 촉진하면 기업형 일자리가 늘어 자영업에 진입하는 사람이 줄어들 것이고, 기업형 일자리가 소비를 진작해 자영업 경기도 좋아질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매년 7% 경제성장과 일자리 50만 개 창출을 약속했지만 정부가 투자와 고용의 훼방꾼 노릇을 하면서 성장 동력이 떨어졌다. 결국 저성장의 만성화로 실질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소비가 위축되니 자영업자가 살길이 더 막막해진 것이다.

현 정권은 서민을 위해 평등과 균형발전을 꾀한다고 했지만 성장 및 일자리 창출의 실패로 빈부 격차를 더 벌려 놓았다. 이러고도 최근 청와대브리핑은 “참여정부의 4년 경제성적표는 나쁘지 않다”고 강변했다. 이들 눈에는 수출과 주가지수만 보이지 소득, 일자리, 집값, 전세금 등 민생지표는 안 보이는 모양이다.

이 와중에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경제 상황과 관련해 “세계화와 지식정보화 과정에서 양극화 문제가 심화하면 시장과 경쟁논리를 공격하는 세력이 확대된다”고 어제 말했다. 정부의 반(反)시장적 정책과 반기업적 사회분위기 조성이 투자, 고용, 소비의 위축을 낳고 결국 양극화를 확대시켰는데 지금 와서 웬 딴청인가. 권 부총리와 김병준 씨가 어찌 그리 닮았는지 신기할 정도다. 이들이 이런 식으로 인과를 뒤집어 책임을 회피하니 바른 해법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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