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회담 = 퍼 주기 회담’ 공식 깨라

  • 입력 2007년 2월 25일 2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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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장관급회담은 이재정 통일부 장관으로서는 남북협상 데뷔 무대다. 평소 대북(對北) 유화적 태도로 일관해 온 그이기에 우리는 더욱 주목하게 된다. 냉철한 판단보다는 어설픈 민족감정에 취하거나 정치적 의도에 따라 성급하고 무리한 대북카드를 내놓지 않을까 해서다.

이 장관은 취임 이래 북한 정권이나 함 직한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 냈다. “빈곤도 북의 핵실험 배경의 하나다. 북의 빈곤에 같은 민족으로서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고 했고 “인도적 대북지원이 어떤 정치적 상황에도 영향을 받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지난달 개성공단을 다녀와서는 “우리는 그곳에서 ‘평화’를 가슴속에 담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볼 수 있었다”는 소감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남북회담도 여느 국가 간의 외교적 협상과 다름없다는 사실부터 마음에 새겨야 한다. 국익 우선의 확고한 자세를 견지해야 북을 움직일 수도 있다. 그런 후에야 비로소 상호 존중의 기초 위에서 건설적이고 지속 가능한 회담을 할 수 있다.

북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매년 봄이면 남북대화를 통해 남측의 지원 물품을 챙겨 왔다. 오죽하면 ‘남북회담=퍼 주기 회담’이란 인식이 굳어졌겠는가. 북은 이번 회담에서도 6자회담의 진전을 구실로, 지난해 미사일 발사 이후 보류됐던 쌀 50만 t과 비료 10만 t에다 올해분 쌀 50만 t과 비료 35만 t을 한꺼번에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북이 회담에 응한 것 자체가 김일성의 생일(4월 15일)을 앞두고 쌀과 비료를 ‘선물’로 챙기기 위해서라는 지적도 있다.

이번 회담에선 국군포로 및 납북자 귀환,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운행 문제만이라도 실질적 진전이 있도록 북을 다그쳐야 한다. 언제까지 퍼 주기만 하는 회담을 반복할 텐가. 남북관계의 속도 조절도 필요하다. ‘민족공조’만 맹신해 너무 앞서 가면 북핵 해결을 위한 ‘2·13 국제공조’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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