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反시장 입법은 ‘시장의 보복’ 부른다

  • 입력 2007년 2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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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건설교통위원회가 어제 개최한 주택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민간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공급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김경환 서강대 교수는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명분이 있지만 건설업체 이윤보장 대책이 없으면 공급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주택건설협회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민간주택 원가를 공개하는 나라가 있느냐”며 피해는 서민이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도 원가 공개의 후유증에 대한 진지한 걱정보다는 ‘시장원리에 맞건 안 맞건 원가를 공개하고 분양가를 내리라’는 소리에 편승한 입법 포퓰리즘이 대선을 앞둔 국회를 감싸고 있다.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나는 극약처방은 결국 수요와 공급을 왜곡해 더 큰 부작용을 낳고 만다. 이미 현 정부의 반시장적 부동산정책은 번번이 ‘시장의 보복’을 불러 정부 스스로 실패를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여당 총선 공약이었던 주공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개혁이 아니고 시장원리에도 어긋난다”고 했다가 작년 9월에는 “국민이 바라고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을 바꿨다. 국정브리핑은 지난주 ‘노 대통령이 갈수록 뚜렷해지는 민간주택 공급 감소를 메우기 위해 주택공사 토지공사 등 공공부문의 역할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주택법 개정안이 이대로 입법될 경우 주택시장은 공공부문이 주도하는 쪽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이런 정책이 시장의 안정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열흘 전 OECD는 한국의 생산성이 낮고 선진국과 소득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규제 때문이라며 전기와 가스산업의 민영화까지 권고했다. 그런데 정부는 되레 시장규제를 강화하고 부동산까지 공공부문을 확대하려 한다. 공공부문 확대와 가격 통제로 민간부문을 희생시킨 남미식 포퓰리즘이 빈부격차만 키웠음을 모르는가.

주택시장을 공공부문이 주도하고 가격을 억지로 통제하면 민간부문의 활력이 떨어져 경제성장이 더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여야 모두 대선에 눈이 팔려 국민을 현혹할 것이 아니라 반시장적 법안을 과감히 걸러 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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