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상호]국방부 ‘병역 단축 반대여론’ 트집 잡기

  • 동아일보
  • 입력 2007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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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개혁 성공을 위한 정책의 건전성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13일 오후 늦게 국방부는 ‘병역제도 개선안 관련 정치적 해석은 부적절’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A4 용지 2장 분량의 이 자료는 정부 병역제도 개편안에 대한 비판이 군 안팎에 확산되고 있다는 본보 13일자 A4면 기사를 반박하는 내용이다.
본보는 13일자 기사에서 군 복무기간의 대폭 단축과 유급지원병제가 초래할 문제점을 지적한 10여 명의 전현직 군 관계자의 발언을 소개했다.
국방부 보도자료는 “기사에 인용된 주장이 익명의 형태로 그 출처가 모호하다. 병역제도 개선안의 긍정적 측면에 대한 언급이 한마디도 없었다. 기사 작성의 형식적 측면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기사에서 전현직 관계자들의 의견을 익명으로 소개했지만 이는 국방 관련 기사 작성에서 ‘불가피한 현실’이다. 상명하복의 군 특성상 군 관계자들은 정부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히는 것을 꺼린다. 그래서 익명을 전제로 어렵사리 취재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군 당국이 ‘익명’을 문제 삼는 것은 트집 잡기에 불과하다.
기사에 병역제도 개편안에 대한 비판적 내용이 많은 것도 맞다. 하지만 이는 군 관계자 다수의 의견을 충실하게 반영한 결과일 뿐이다. 본보는 국방부가 개편안을 발표했을 때 정부가 내세우는 긍정적 효과를 이미 보도했다. 새삼 이를 되풀이할 필요가 있을까.
많은 군 관계자가 13일자 기사를 보고 기자에게 전화를 해 왔다. 기사 취지에 공감한다는 견해가 압도적이었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복무기간 단축을 발표한 것은 누가 봐도 정치적 고려가 다분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육군의 한 관계자는 “많은 야전지휘관이 안보 여건 등의 측면에서 부작용을 우려하면서도 쉬쉬하고 있다”며 “군 내의 우려를 잘 전달해 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들만의 우려가 아니다. 지난해 말 언론사의 여론 조사 결과 복무기간 단축에 반대하거나 관련 논의를 차기 정권으로 넘겨야 한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이었다.
군 수뇌부는 정부 정책에 ‘맞장구’만 치지 말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라는 군 안팎의 주문을 더는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윤상호 정치부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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