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원에 가서도 거짓말 하세요”

  • 입력 2007년 2월 6일 23시 39분


코멘트
검사가 제이유 그룹 로비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피의자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한 사실이 녹음테이프를 통해 생생하게 드러났다. 검찰은 “사건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피의자를 검사가 추궁하는 과정”이라고 군색한 변명을 하더니 파문이 커지자 대검이 감찰에 착수하고 해당 서울동부지검 검사장이 직접 나서 공식 사과를 했다. 녹음테이프가 없었더라면 수사 검사의 횡포를 입증하기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녹음 내용에 따르면 검사는 “내가 시키는 대로 도와줘, 깨끗하게”라고 거짓 진술을 유도했다. 피의자의 “거짓말하라고요”라는 물음에는 “거짓말하고 법원에 가서도 거짓말하세요”라며 법정 허위 증언까지 요구했다. “희생타를 날려. 뭘 생각하겠다는 거야”라는 말도 했다. 정상적인 검사의 언행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검사는 자신이 쓴 진술조서에 피의자가 서명을 거부하자 “검사가 진술을 강요했네, 그런 소리 하면 안 돼”라고 입단속을 했다. 고문만 없었을 뿐 과거 독재정권 때 비일비재했던 허위 자백 강요를 그대로 닮았다. 청와대의 검사 출신 특정 비서관을 무리하게 얽기 위한 수사로 오해받을 만도 하다.

대검은 문제의 검사를 전보(轉補)하고 수사 업무도 맡기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녹음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 정도 문책으로 어물쩍 넘겨서는 안 된다. 전체 검사들에게 경종을 울려야 옳다. 공익(公益)의 대표자인 검사는 수사 및 공판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발견했을 경우 그것을 법원에 제출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제이유 사건 담당검사는 거꾸로 거짓 진술로 불이익을 강요해 수사권을 남용하고 위증 교사(敎唆)마저 시도한 무거운 책임이 있다.

사법부에서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하면서 검찰조서의 증거 능력이 심판대에 오른 마당에 이런 사건이 터진 것은 검찰에 악재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불친절과 장시간 대기, 반말과 호통 욕설, 모욕 주기, 사건과 직접 관계없는 약점을 찾아내 위협하기 같은 비인격적 수사 방법을 통째로 버려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