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反한나라 ‘여당 2중대’가 깃발 든 날

  • 입력 2007년 2월 6일 23시 39분


코멘트
열린우리당 김한길 전 원내대표, 강봉균 전 정책위의장 등 의원 23명이 어제 집단 탈당했다. 이들은 회견에서 “많은 국민이 기대하는 ‘국민통합신당’을 만들기 위해 떠난다”며 고개 숙여 ‘참회와 새 출발’의 인사까지 했다. 국민 속의 ‘노무현 혐오감’을 비켜 가고 실정(失政)의 책임을 ‘세탁’하기 위한 탈당일 뿐인데도 끝까지 국민을 들먹이니 얼굴이 너무 두껍다.

이미 있었던 6명의 개별 탈당과 어제의 집단 탈당으로 열린우리당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한 지 2년 10개월 만에 원내 110석의 제2당이 됐다. 하지만 당을 떠난 세력이든, 남아 있는 세력이든 방법론이 다를 뿐 목표는 같다. ‘노무현 상표’로는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한 판이니 신장개업해 반(反)한나라 연합전선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탈당파는 이미 정치권 바깥의 인사를 상대로 영입 교섭까지 시작했다고 한다. 영락없이 무늬만 바꾼 ‘여당 2중대’다.

‘탈당 후발대’인 정동영 전 의장도 이날 “대통합의 바다에서 만나자”고 말했다. 그는 14일 전당대회 이후 신당 추진 방향을 둘러싸고 친노(親盧)그룹과 갈등이 빚어지면 탈당할 예정이다. 결국 부도에 대비해 부부가 언젠가는 합치기로 하고 위장 이혼을 한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2002년 대선 때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와의 단일화에 소극적이던 노무현 후보를 압박하기 위해 후보단일화협의회(후단협) 소속 의원들이 집단 탈당했던 연극을 다시 보는 듯하다.

노 대통령은 어제 여당 지도부 및 개헌특위 위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고 “당을 쪼개 성공한 사례가 없다. 우리당 후보를 다 밟고 나가 밖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후보만 찾을 수는 없다”고 탈당파를 비판했다. 자가당착이다. 자신이 민주당을 쪼갠 3년여 전의 일도, ‘외부선장론’으로 열린우리당을 흔든 ‘작년 여름의 추억’도 모두 잊은 모양이다.

국민은 ‘정치 철새’들이 교섭단체를 만들면 사무실 등 기본운영자금을, 신당을 만들면 수십억 원의 정당보조금을 대 줘야 한다. 국고보조금 제도를 수술하고 당적(黨籍)을 변경하면 의원직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국민을 우습게 아는 이런 행태가 과연 열린우리당 창당 때 내건 정치개혁인가. 열린우리당 탈당파는 떠나기 전에 이 물음에 먼저 대답했어야 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