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재훈]이런다고 회사가 문닫겠어?

  • 입력 2007년 2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신년 벽두의 현대자동차 파업 소식은 국민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정규직을 중심으로 하는 대기업 노조의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행태는 중소 협력업체와 비정규직의 희생이나 고통을 강제한다. 또 대기업 정규직이 아닌 나머지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심각한 도덕불감증과 심리적 패배감을 안겨 준다.

“이런다고 당장 회사가 문 닫겠어?”라고 안일하게 생각해선 큰코다친다. 빨리 망하느냐 아니면 천천히 망하느냐 둘 중의 하나일 뿐이다. 잘나가는 기업이 앞장서서 지속가능 경영을 외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밥그릇만 챙긴다면 미래는 없다

나날이 치열해지는 경쟁 환경 속에서 살아남으려고 경쟁 상대가 어떻게 하는지 그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변한 시장 환경의 변화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과 확산, 세계 경제 체제의 개방 가속화로 인한 무한 경쟁은 강대국이나 강소국을 막론하고 국가와 기업, 개인에게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요구한다. 그중에서 노사 관계의 변화는 상전벽해라고 할 만큼 변화가 엄청나다.

이런 점에서 최근 동아일보가 연재한 ‘신노사문화 현장을 가다’ 시리즈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70년대까지 더 많이 더 많이(more and more!)를 외치며 오로지 임금 인상에 매달리던 미국 노조는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양보 교섭을 통해 고용 안정을 최우선시하는 조직으로의 변화에 동참한 지 오래다. 노사 간의 신뢰와 협력이 핵심이다. 유럽의 강소국은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 협의를 통해 일자리 나누기와 좋은 일자리 창출에 골몰하고 있다. 무(無)재고 적기공급방식(JUST-IN-TIME·JIT)으로 널리 알려진 일본의 도요타 생산 방식은 일본을 넘어 세계 모든 기업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핵심에 50년 무분규의 협력적 노사문화가 자리 잡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는 어떤가? 우리는 왜 그렇게 못하는가? 무엇이 문제인가? 현대차 문제만 해도 어떤 사람은 돈 많이 벌었는데 쩨쩨하게 성과급 100% 나눠 주는 것 가지고 뭘 그러느냐고 반문하지만 사정은 그렇지 않다. 자동차만큼 경쟁이 치열한 업종이 없는데 생산성 향상은 뒷전이고 지금 당장 몇 푼 더 받으려 아우성치는 기업에서는 아무런 미래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생존 조건을 만들기는커녕 지금 당장의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해서는 조직의 미래가 불안하다. 물론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대량 정리해고가 현대차 조합원과 가족에게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고용 불안, 따라서 챙길 수 있는 한 최대한 챙겨 놓아야 한다는 유전형질을 형성시켜 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현대차가 지금 있는 종업원만의 회사일 수는 없지 않은가?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한 가지뿐이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가를 되짚어 보고 괜찮지 않다면 공멸하기 전에 생존 방안을 찾아야 한다. 노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서 생존과 성장을 도모한 사례가 외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적과 같은 신화를 이뤄낸 한국전기초자 사례나 사람 중심 경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한 유한킴벌리 모델도 있다.

노사 파트너십 구축이 윈윈

지향점이 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노사가 함께할 수 있는 사람 중심 경영체제의 구축을 들고 싶다. 사람 중심의 고수 전략(high-road strategy)은 사람에 대한 투자의 증대를 통해 평생학습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구성원의 혁신 역량을 증대함으로써 구성원의 고용 가능성을 높이고 생산과 서비스에서 높은 경쟁력을 구현해 나가는 방식이다.

노사 상생의 조건은 노사 파트너십의 구축에 있다. 기업은 종업원의 고용 안정을 보장하는 대신 종업원에 대한 투자와 참여를 통해 그들의 헌신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노동조합도 미래지향적인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

정재훈 인하대 교수·경영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