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권희]시대가치

  • 입력 2007년 1월 24일 19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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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기업호감지수가 100점 만점에 50.2점으로 3년 전 38.2점보다 상당히 높아졌다. 기업 활동 우선순위에 대한 답변도 ‘이윤 창출’(57.3%)은 상승세, ‘사회 환원’(42.7%)은 하락세였다. 현 정부 아래서 특히 강하던 반(反)기업 정서는 해마다 조금씩이나마 완화된다. 기업인들은 “의미 있는 시대가치의 변화”라며 반기고 있다.

▷그제 한 심포지엄에서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더 큰 변화를 촉구했다.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이끌어 온 시대가치가 도전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노무현 정부 ‘코드’와 다른 발언을 가끔 해 온 윤 위원장은 이번엔 “한 사람의 경제인으로서 꼭 짚고 넘어갈 문제를 제기한다”며 “기업가 정신과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가 필요 이상으로 폄훼되고 도전받아 답답하다”고 털어놓았다.

▷코드나 시대정신, 시대가치라는 단어는 엇비슷한 개념으로 쓰인다. 노 대통령은 작년 9월 TV에 나와 ‘오기(傲氣) 코드인사’에 대해 방어하면서 “제 나름대로 수행해야 할 시대정신과 시대과제가 있다”고 했다. ‘코드’를 위해 ‘코드인사’를 했다고 말한 셈이다. 그제 신년특별연설에선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외쳤지만 그가 내세우는 시대정신이 균형발전에서 친(親)기업으로 바뀌었다고 믿는 이는 없다. 그가 “경제성장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한 것도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게 아니라 “누가 대통령이 돼도 5% 성장은 어렵다”는 핑계용이었다.

▷퇴임을 1년여 앞둔 대통령의 당면 과제는 ‘국민과 공유하는’ 시대정신을 되찾는 일이다. 국민은 민생(民生) 개선을 바라고 전문가들은 경제 활력 저하를 걱정하는데 대통령만 양극화 해소, 균형 같은 구호만 외친다면 같은 길을 갈 수 없다. 게다가 현 정부에서 드물게 친기업 행보로 시장의 박수를 받은 김성호 법무장관이 본보 등과 인터뷰를 한 데 대해 청와대가 트집을 잡았다니 정권의 코드는 역시 별종이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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