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배가 들어오지 않는 釜山 신항 1주년

  • 입력 2007년 1월 19일 22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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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항 1주년을 맞은 부산 신항(新港)이 놀고 있다. 선석(船席) 3개로 연간 컨테이너 120만 개를 처리할 수 있지만 지난 1년간 물동량은 24만 개에 불과했다. 올해 초 선석 3개를 더 연 데 이어 2011년까지는 선석 30개를 갖출 계획이다. 하지만 규모에 맞는 물량을 어떻게 확보할지는 불투명하다. 여기다 이용 선박이 많지 않은 광양항까지 감안하면 신항 개발은 혈세를 낭비한 대표적인 사례가 될 조짐이다.

신항에 배가 들어오지 않는 것은 부두만 만들었을 뿐 선박 수리, 배에서 쓰는 용품 공급, 가공공단 같은 배후 서비스 기능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로 철도 등 수송 연계 체계도 4, 5년 더 있어야 확보된다. 부두 완공과 동시에 이런 시설이 가동됐더라면 ‘자본비용의 낭비’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형적인 정책 실패다. 부산은 10여 년 전에도 부산만에 인공 섬을 조성해 물류단지로 개발하겠다는 무모한 계획을 세웠다가 결국 무산됐다. ‘비용-편익’ 개념을 망각한 일들이 왜 거듭되고 있는지 안타깝다.

항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배후 수송망과 서비스 시설을 확보해야 한다. 입항료를 없애고 환적화물 하역비를 할인해 주는 인센티브 도입도 필요하다. 부산항 전체를 자유무역항으로 지정하는 혁신적인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 중국 일본은 천연자원 외에는 생산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 3국에 흩어져 있는 생산요소들을 효율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물류시스템을 갖추면 세계 어떤 시장도 공략할 수 있는 상품의 생산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세분된 시장수요에 맞춰 생산할 수 있도록 중개자 역할을 하는 ‘물류상인’을 육성하라”고 제안한다. 선박과 터미널 등 거대 하드웨어를 소유한 물류기업들은 몸집이 무겁다. 작고 역동적인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찾아내 선박회사 및 항만과 계약을 하고 물류시스템 서비스를 파는 물류상품 시장을 창출해 내는 것이다. 이들이 독창적으로 개발한 물류시스템을 하나의 상품으로 인정하고 특허로 보호하는 장치도 갖춰야 한다.

선석만 자꾸 늘린다고 동북아 물류허브가 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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