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1위’ 2년여 만에 하차…고건 불출마선언 하기까지

  • 입력 2007년 1월 1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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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신드롬’에서 정치 포기 선언까지 걸린 시간은 2년 남짓이었다.

고건 전 국무총리는 자신이 대선 불출마 성명서에서 표현한 대로 ‘예기치 않게 과분한 국민 지지를 받게 돼 그 기대에 부응하는 역할을 모색’했다가 ‘활동의 성과가 당초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여론의 평가’ 때문에 대선 출마를 포기했다.

다시 말해 높은 지지율 때문에 ‘큰 뜻’을 품었다가 지지율 하락 때문에 뜻을 접은 것. 이 때문에 그가 대권을 꿈꾸기엔 권력 의지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2004년 5월 고 전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께서 큰 강을 건넜으니 말을 바꾸는 것이 순리”라며 국무총리 직을 물러났다. 이후 그는 정치 행보를 삼갔으나 같은 해 10월경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주자 선호도 1위로 꼽혔다. 수도권과 영호남 및 30, 40대에서 모두 고른 지지를 받았다.

당시 ‘고건 신드롬’의 원인으로는 △63일간 대통령권한대행 업무를 수행하며 국민에게 신뢰감을 준 것 △안정감 있는 이미지 △총리 직을 물러나기 직전 청와대의 거듭된 요청에도 장관 임명제청권 행사를 거부해 소신을 보여 준 점 등이 꼽혔다.

2005년 상반기까지 고 전 총리는 각종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2위와의 격차를 10%포인트 이상 벌리며 30%대의 높은 지지율을 이어갔다. 인터넷에서는 각종 팬클럽이 자생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일각에선 “노 대통령과 정치권에 대한 실망에 따른 반사 이익일 뿐”이라는 지적도 뒤따랐다. 2005년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고 전 총리의 지지도는 점차 하락하기 시작했다.

경쟁자인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그해 10월 청계천 복원 이후 지지도가 급격히 올랐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2005년 10·26 재·보궐선거와 2006년 5·31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압승을 이끌었지만 고 전 총리에게는 이렇다 할 ‘실적’이 없었다. 노 대통령의 실정(失政)에 지친 국민에게 뭔가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

지난해 지방선거 직후 20%대 초반을 기록한 지지율은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수도권과 40대 지지자들이 이탈하면서 지난해 7월 이후 지지도가 3위로 떨어졌다.

고 전 총리는 지난해 하반기 지방 방문과 대학 강연을 계속했으나 지지도 하락세를 뒤집을 만한 강한 리더십이나 비전을 보여 주지는 못했다.

고 전 총리는 올해 신년 여론조사에서 10%대 초반이라는 지지율을 기록하자 보름가량 두문불출했다. 이 기간 그는 정치인들과는 일절 접촉을 하지 않은 채 정치권 밖에 있는 지인들과 연락하며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고 전 총리는 지인들의 말만 묵묵히 들으며 자신이 갈 길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장고(長考)하던 그는 ‘중대결단을 준비 중인 것 같다’는 본보 보도(16일자 A6면)가 나오자 더는 정치 포기 선언을 미룰 수 없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고 전 총리의 부인인 조현숙 여사는 16일 “가족은 (대선 출마를)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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