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카페]지금이 상 줄 때?

  • 입력 2007년 1월 1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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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금융감독원으로 가주세요.”(기자)

“아주 좋은 데 다니시네요.”(택시운전사)

요즘 출입처인 금감원에 가려고 택시를 타면 자주 이런 말을 듣습니다. 뉘앙스는 약간 비꼬는 듯합니다.

아마 금감원 전현직 간부가 김흥주 삼주산업(옛 그레이스백화점) 회장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금감원의 보수가 많다는 점이 알려졌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금감원이 지난해 12월 29일 종무식에서 직원 400여 명에게 포상금 4600여만 원을 줬다고 합니다.

정기 포상 형식으로 개인과 부서별로 구분해 지급했습니다.

개인 부문 최우수상 1명은 100만 원, 우수상 10명은 각각 80만 원(총 800만 원), 모범상 49명은 각각 50만 원(총 2450만 원)의 포상금을 받았습니다.

최우수 부서로 선정된 조사2국 직원 43명은 1인당 6만 원씩을 받았습니다. 우수상을 받은 4개 부서 132명에게는 1인당 4만 원씩, 모범상을 받은 6개 부서 172명에게는 3만 원씩 돌아갔습니다.

포상이 잘못됐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신상필벌(信賞必罰·잘한 사람에게 반드시 상을 주고, 잘못한 사람에겐 반드시 벌을 줌)이 확실해야 조직이 잘 굴러갑니다.

하지만 상을 주는 시기가 적절한지는 다소 의문입니다. 지난해 말은 이미 금감원 전현직 간부의 수뢰 혐의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때입니다. 그 무렵 금감원 수석검사역이 불법 대출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되기까지 했습니다.

직원의 사기를 북돋우려고 포상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금감원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돼 조직에 대한 일반인의 신뢰가 크게 추락한 마당에 과연 일부 직원과 부서에 대한 포상을 꼭 했어야 할까요. 잘못한 사람과 부서에 대한 조치가 얼마나 철저히 이뤄졌는지도 의문입니다.

사기 진작이 그렇게 시급했느냐는 싸늘한 시선도 있습니다. 명지대 조동근(경제학) 교수 같은 분은 “수익을 내지 못하는 조직에서 정기적으로 포상하는 관행을 납득하기 어렵다”고까지 합니다.

‘민심의 척도’로 통하는 택시운전사에게서 “정말 좋은 조직”이란 평가를 받으려면 포상에 앞서 조직의 문제점을 가감 없이 드러내 시정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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