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짧은 생각, 널뛰는 말

  • 입력 2007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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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이 지난주 갑자기 “부동산 거품이 꺼질 지역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서울 강남, 목동 등 7개 지역을 ‘버블(거품) 세븐’이라고 지칭하며 ‘집값 상승 주범(主犯)지대’인 양 몰고 간 것이 불과 반년 전이다. 추병직 전 건설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5월 “지방에서도 버블 붕괴가 시작됐다”며 집값 버블이 광범위한 듯 말했고, 이백만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11월 “지금 집을 샀다가는 낭패”라고 경고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올해 신년사도 “부동산을 반드시 잡겠다”는 데 주안점이 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거품이 없다는 투인가. “작년 가을 이전에는 아주 제한된 지역의 특정 아파트에서만 거품 운운할 정도의 가격 상승이 나타났다”는 박 차관의 최근 발언이 맞다면, 지금까지 정부는 왜 극약처방을 남발했으며 버블을 과장해 왔는가. 정부는 ‘하늘이 두 쪽 나도 집값만은 잡겠다’는 짧은 생각으로 ‘세금 폭탄’과 대출 규제, 분양가 규제 등 초강수의 ‘널뛰기 대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왜곡된 정치적 판단에 따라 시장경제원리와 맞지 않는 ‘코드 정책’을 쏟아낸 탓에 정책 효과는커녕 부작용이 심각하다. 금리가 오르면서 천문학적 가계 부채로 인한 금융위기설이 나돌자 이제야 제정신이 든 정부가 박 차관을 앞세워 ‘말 주워 담기’에 나선 것인가.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청약가점제 실시 등 부동산대책을 이번 주에 또 내놓을 태세다. 그러나 금융연구원은 원가 공개나 분양가상한제 같은 가격 통제는 시장을 왜곡해 집값을 되레 상승시킨다고 지적한다. 국민은 정부와 정책에 대해 불신을 넘어선 무신(無信) 상태다. 어떤 정책을 내놔도 국민과 시장에 먹히지 않는 국정 마비가 걱정된다.

금융위기 등 더 큰 후유증을 피하려면 더는 ‘부자 때려잡는 시늉’과 가격통제라는 반(反)시장적 정책을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여러 계층의 자연스러운 수요를 왜곡 없이 반영한 공급대책과 사유재산의 소중함을 인정하는 주택거래 촉진대책이 그나마 문제를 더 악화시키지 않을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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