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윤종]폭력에…혼수 시비에…보기 민망한 연예인 부부 파경

  • 입력 2007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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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걷어차여 유산했고 얼굴을 구타당해 코뼈가 부러졌다.”(이민영 씨)

“거짓말이다. 말다툼 끝에 7, 8차례 서로 따귀를 때렸을 뿐이다.”(이찬 씨)

새해 벽두부터 결혼한 지 한 달도 못 넘기고 파경을 맞은 이찬(본명 곽현식) 이민영 씨 커플의 폭로전이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0일 결혼한 두 사람은 신혼여행을 다녀온 직후 갈라섰고 폭행의 원인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인터넷 매체를 비롯해 방송과 일부 신문은 이들의 공방을 현장 중계하듯 보도했고 인터넷 게시판에는 ‘무엇이 진실이냐’는 누리꾼들의 추측 댓글도 끊이지 않았다.

결국 3일 오후 이민영 씨 측이 서울중앙지검에 이찬 씨를 폭력 혐의로 고소함으로써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사례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이들은 많은 것을 잃었다. 이찬 씨가 출연 중인 SBS 월화드라마 ‘눈꽃’의 시청률은 지난주 11.1%에서 이번 주 6.6%(AGB닐슨 조사)로 반 토막 났고 제작진은 이 씨의 단독 출연 분량을 삭제키로 했다. 이민영 씨도 마찬가지다. 단아하고 청순한 이미지는 크게 손상됐다.

이 사태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짜증스러움을 넘어 씁쓸함을 느낀다. 팬들의 축복을 받으며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식을 올린 연예인이 실제로는 결혼에 이르기까지 양가가 이전투구를 벌였다는 이야기가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찬 씨는 파경을 맞게 된 원인을 ‘혼수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찬 씨 측이 언론에 보내온 해명서에 따르면 49평 아파트를 전세 3억5000만 원에 얻자 이민영 씨의 어머니가 더 비싼 집과 혼수를 요구하며 자주 비난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이번 파경의 내면에는 가정폭력과 함께 결혼조차도 ‘거래’로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회사원 박모(32) 씨는 “폭력으로 인한 연예인 이혼, 혼수 문제로 갈라지는 부부는 종종 있어 온 일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경우는 해도 너무하다”고 말했다.

동화 속 왕자와 공주 같은 연예인에게 동화 같은 해피엔딩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할까.

김윤종 문화부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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